징벌적 손해배상·대출 제한 등
강도 높은 산재 대책 검토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5.07.29.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5.07.29.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 대출·투자 제한, ESG 평가 불이익 등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 도입을 주문했다. 형사처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공공입찰 제한 등 다각적 방안을 통해 산재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 장관들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투자 항목 중 요즘 ESG 평가가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나. 특히 글로벌 펀드들은 그렇다”며 “예를 들어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반복되면 여러 차례 공시해 투자가 안 되도록 하면 주가가 폭락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사전 예고 없이 생중계로 진행돼 이 대통령과 장관들의 발언이 1시간 넘게 그대로 공개됐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보고를 통해 ESG 평가 강화와 은행 대출 규제 등 제도 개선 방안이 소개됐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중대한 사고가 나면 ESG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실제 문제가 된 기업 중 평가 등급이 2023년 굉장히 낮아졌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첫 사고 대비 주가가 많이 빠진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ESG 평가를 강화하는 것은 아주 원시적인 것 아닌가. 규제를 안 해서 상습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대출 규제는 당장 우리가 바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또 “기준을 만들어라. 처벌도 (중재재해 예방에) 효과가 없진 않은데 대출과 투자 불이익 등 경제 제재를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시했고, 김 위원장은 “한번 현황을 보고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기존 법적 처벌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형사처벌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사고가 실제로 나지 않은 상태에서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 징역을 살릴 수도 없지 않나. (사업주 입장에서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데, 저 역시 이 법이 그렇게 실효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긴 하다. 대부분 집유 정도로 끝나는 데다가, 실제 이익은 회장이 보는데 책임은 사장이 지고 있지 않나”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실효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양형위원회에 강력한 양형 기준을 요청하고 있다”며 “최근 아리셀 화재의 경우에는 대표에 징역 20년이 구형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듣고선 “(20년 구형은) 교통사고 처리할 때보다 별로 세지도 않다”며 산재 사고 관련 전담팀을 두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사 기간 단축과 관련된 산재 문제도 다뤄졌다. 김영훈 장관은 “공사 기간 단축을 이유로 사람이 죽어선 안 된다. 이와 관련해선 표준 도급계약서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사망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공공 입찰에 참여를 제한하거나 영업정지 조치를 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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