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사들, 서울로 집결
“법 바뀌어도 현장은 그대로”
눈물의 피켓, 분노의 구호
“교사 죽음, 반복되지 않아야”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서 동료 교사가 추모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서 동료 교사가 추모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4.

 

“교사도 시민이다! 정치기본권 보장하라!”

“악성민원, 특이민원! 강력하게 처벌하라!”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서울 정부청사가 교사들의 분노와 눈물로 가득 찼다. 모자를 푹 눌러쓴 교사들, 입을 꾹 다문 채 피켓을 든 이들, 누군가는 눈물을 훔치며 걸었다.

지난달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사망한 40대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전국 교원 집회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다. 집회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92개 교원 단체와 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달 22일, 제주 한 중학교에서 40대 교사가 창고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그가 학생 가족의 반복된 민원에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교사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또 한 명을 보냈다. 더는 안 된다”고 외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서 동료 교사가 추모 편지글을 낭독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에서 동료 교사가 추모 편지글을 낭독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4.

현장에는 울산, 순천, 목포 등 전국 곳곳에서 상경한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경복궁역 출구에는 집회 시작 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어떤 이들은 인도를 따라 한 줄로 늘어선 채, 거리 스크린에 상영되는 추모 영상에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교사노조, 전교조, 교총 등 92개 교원 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날 집회는 지난해 서이초 사망 사건 이후 1년 4개월 만에 열린 대규모 연합 집회다. 발언대에 오른 교사노조 관계자는 “지금 학교 현장은 교사의 생명권조차 보장하지 않는다. 제도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교실에선 여전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올해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4234건으로 이 중 93%가 ‘교육활동 침해’로 판정됐다. 서이초 사건 직후 교권 5법이 통과됐지만, 교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했다. 교총의 3월 조사에서는 응답 교사 10명 중 8명이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사들의 민원 대응 구조도 여전히 ‘개인 책임’에 기댄다. 민원 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장이 아닌 교사가 직접 전화와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 구조는 그대로다. 목포에서 올라온 송지은(가명, 30대)씨는 “정책도 시스템도 결국 교사 혼자에게 다 떠넘긴다. 죽음으로 알려진 교사들 말고도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울먹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故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6.14.

교사들이 가장 답답하게 여기는 지점 중 하나는 ‘정서학대’ 조항이다. 지도를 해도, 훈계를 해도 ‘학대’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중 70%는 ‘정당한 생활지도’였고, 수사 결과 95%는 불기소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야구방망이, 흉기로 교사를 위협한 사건이 올해만 수차례 있었어요. 그런데 법은 교사를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교사 부부도 참여했다. 두 사람을 합치면 교직 경력 40년 이상. 이들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자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교사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어요. 법은 만든다고 하지만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피켓 문구는 “진상규명, 순직인정”이었다. 이들의 구호는 분노였고, 표정은 간절했다. “악성 민원 대응 시스템 도입하라”, “교사 개인 연락처 보호하라”, “정서학대 요건 명확히 하라”는 구호가 계속 메아리쳤다.

교원단체들은 “오늘 교사들이 외친 요구가 반드시 법과 제도로 실현되도록 단결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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