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여전히 침체 국면”
“반도체만 선방… 나머진 침체”
![[천지일보 부산=정다준 기자] 부산신항만 컨테이너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4.08.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6/3279747_3346434_5940.jpg)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부정적 기류가 지속되고 있다며 ‘회복 동력 미약’이라는 진단을 재차 내놨다. 건설 경기 침체와 미국발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출 타격이 복합 작용하면서 경기 전반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10일 발표한 ‘2025년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미국 관세 인상으로 수출이 둔화되며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약 2년 3개월 만에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이번에도 부정적 경기 흐름에 대한 인식을 이어갔다.
특히 건설 부문 침체는 내수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4월 건설업 생산은 전년 대비 20.5%나 줄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건축(-23.0%)과 토목(-12.6%) 모두 위축됐고 이는 소비와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수출도 미국의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으며 둔화 흐름이 뚜렷해졌다. 5월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3% 줄었고, 대미 수출은 8.1%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32.0% 급감했으며, 철강·알루미늄 제품도 고율 관세 확대에 따라 수출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CT 수출은 17.0% 증가하며 일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장비(15.6%)와 운송장비(19.8%)를 중심으로 8.4% 늘었다.
내수 소비는 여전히 둔화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줄었고, 가전(-8.7%)·가구(-9.1%)·의류(-7.9%) 등 주요 품목에서 부진이 이어졌다. 숙박·음식점업 역시 2.5% 감소하며 서비스 소비도 위축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다소 회복세를 보이며 5월 기준 101.8을 기록했지만, KDI는 “소비 회복을 낙관하긴 어렵다”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고용 역시 긍정적 신호는 제한적이다. 4월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9만 4000명 증가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 중심의 단기 공공일자리를 제외하면 실질 증가는 4만 1000명에 불과했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에서는 각각 15만명, 12만 4000명의 취업자가 줄어들며 고용시장 질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에 코스피가 5.5% 상승했으나 가계 및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한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보이며,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만 6400가구로 늘어났다.
물가는 5월 기준 상승률이 1.9%로 안정세를 보였고, 이는 농산물 할인과 국제유가 하락, 환율 안정 등의 요인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금융 불안이 여전히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KDI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 속에, 한국경제도 심리 위축과 회복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건설·수출 동반 부진 속에서 경기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