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해마다 반복되는 임시공휴일 지정 논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내수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고, 6월 조기 대선으로 인해 이미 공휴일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가 5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부 직장인, 공공기관 종사자, 여행업계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이번 결정을 반기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시공휴일은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휴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여파는 생각보다 넓고 복합적이다. 경제, 산업, 교육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가볍지 않다. 임시공휴일은 특정 계층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정책이다.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공휴일 지정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흥적인 임시공휴일 지정이 가장 큰 문제는 예측 가능성의 부재다. 기업은 조업일수에 따라 수출입 일정을 계획하고, 학교는 학사일정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공휴일이 불과 2~3주 전에 지정된다면, 기업과 교육 현장 모두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임시공휴일은 단순한 ‘하루의 휴식’이 아닌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결정이다.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을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임시공휴일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영업일이 줄면 곧바로 수익이 감소하고, 물류·유통·제조업계는 생산과 납기에 차질이 생긴다.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업종은 추가 수당 부담까지 안게 된다.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에게는 황금연휴일지 몰라도, 중소상공인에게는 ‘피 말리는 휴일’이라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교육 현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나치게 긴 연휴는 중고생의 학습 흐름을 끊고, 중간, 기말고사 일정에 혼선을 준다. 진도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 줄어든 수업일수에 같은 학원비를 내야 하는 학부모들, 돌봄 공백에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가정까지, 교육계에도 임시공휴일로 인한 파급력이 크다.
내수 진작 효과 역시 기대만큼 크지 않다. 정부가 2015년 이후 총 7차례 지정한 임시공휴일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실질 소비 증가는 미미했다. 대기업, 공공기관 주변 상가가 연휴 내내 초토화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많은 국민이 해외로 떠나면서 국내 소비는 되레 위축되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내수를 살리려면 소비 여력을 높이는 정책이 우선이지, 단순히 휴일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최장 11일의 연휴가 될 수 있는 올해 10월 10일의 임시공휴일 지정 여부도 벌써 논란이다. 임시공휴일이 매번 안갯속에서 결정되는 상황은 이제 개선돼야 한다. 임시공휴일은 국민의 정신적 재충전과 내수 진작을 위한 제도다. 그러나 대체공휴일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실상 많은 공휴일이 자동 연장되고 있어, 추가 지정의 실효성은 줄어들었다.
정책의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임시공휴일과 관련된 특별법을 제정해 최소 6개월 전에 발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공휴일 결정에는 국민의 삶, 기업 운영, 교육 일정, 경제 상황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휘둘린 즉흥적 결정은 사회적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휴식은 필요하지만 ‘적당히 일하는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다. 누구에겐 휴식일 수 있는 임시공휴일이,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특정 집단의 요구에 편승하기보다, 국민의 삶과 경제를 고려해 예측할 수 있도록 공휴일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믿고 일정을 계획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