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필자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금연’이다. 20년 넘게 담배를 피우다 금연한 후,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얼마나 많은 불편과 피해를 줬는지를 비로소 알게 됐다.

흡연할 때는 내 담배 연기를 피해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려도, 그것조차 내 권리라고 여기며 무시했다. 베란다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윗집으로 올라가 피해를 줘도 개의치 않았고, 꽁초를 화단에 투척하기도 하며 죄의식 없이 살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전 한 대 피운 담배 냄새가 옆 승객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도 알지 못했다. 내 입에서 그토록 심한 악취가 난다는 사실조차 금연 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무심한 행동 하나하나가 타인에게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음을 금연 이후에야 제대로 알게 돼 반성하며 살고 있다.

최근 한 아파트에서 흡연을 정당화하며 ‘담배 냄새가 싫으면 창문을 닫아라’는 문구를 엘리베이터에 붙인 입주민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큰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내 집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우겠다’ ‘창문 밖으로 소리 지르지 말라, 담배 맛 떨어진다’며 오히려 불만을 표출했다.

심지어 ‘세금 내고 담배를 합법적으로 샀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자신의 흡연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민폐가 되는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흡연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중은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며 분노한다. 물론 흡연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 그러나 담배 연기가 타인의 공간에 스며든다면 명백한 민폐다.

‘내 집이니 내가 자유롭게 흡연한다’는 논리는 ‘내 집에서 마음껏 층간소음을 내도 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담배 연기가 윗집과 옆집으로 퍼져나가면 이웃들은 창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한 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담배 냄새가 싫으면 창문을 닫아라”는 말 보다, 자기 집 창문을 닫고 흡연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다. 공동주택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개인의 행동이 이웃의 건강과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자유는 당연히 제한받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지난 2004년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이고, 혐연권은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다”며 흡연자의 자유보다 비흡연자의 건강권이 우선된다는 뜻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아파트 관리규약이나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공동주택 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을 거주자의 동의를 받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공동주택 관리법에도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은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아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조항이 있다. 법보다 중요한 것은 상식이고, 이웃에 대한 배려다.

일부는 “집 안에서 흡연하는 것을 제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에 어긋나는 게 아니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흡연을 선택했다면 누군가는 건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창문을 닫고 살라는 말 대신,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거나 외부 흡연구역을 이용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 타인의 건강을 침해하면서까지 누리는 자유는 결국 극단적인 이기심일 뿐이다.

“담배를 세금 내고 샀다”는 항변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세금은 공공복지를 위해 냈지, 타인에게 피해를 줄 권리를 사는 게 아니다. 자동차를 세금 내고 샀다고 해서 음주운전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

공동주택은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담배를 피울 자유’를 외치기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을 실천하는 데서 배려는 시작된다. 흡연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의 숨 쉴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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