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해부터 올해 들어서까지 5대 은행에서 857억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13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피해 금액은 857억 9900만원에 달했다.
하나은행이 5건(488억 45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국민은행(4건, 110억 9800만원), 농협은행(2건, 221억 5100만원), 신한은행(2건, 37억 500만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사고 공시가 없었다.
단일 사고 규모로는 하나은행이 지난달 14일 공시한 외부인 사기에 의한 금융사고가 305억원으로 가장 컸다. 뒤를 이어 농협은행에서도 지난달 3일 204억 9310만원 규모의 외부인 과다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내부 직원 일탈로 금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에서는 내부 직원이 허위 서류를 받고 거래처에 약 75억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직원은 해당 거래처와 관련인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적으로 금전을 빌려주기도 했다.
국민은행에서는 올해 직원이 연관된 배임 사고가 2건 발생했다.
지난 9일 국민은행 공시에 따르면 실제 분양자가 아닌 시행사와 시공사 관계인이 분양받은 것으로 꾸며 장기 미분양 상가를 담보로 약 46억원의 대출이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은 현재 감사 절차를 진행 중이며, 업무 연관성과 위법행위 중대성 등을 조사한 뒤 직원의 비위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직원이 업체 신용등급을 임의로 조정해 대출을 취급하는 사고도 있었다. 신한은행에서는 수출입 업무 담당 직원이 은행과 거래 중인 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는 방식으로 3년간 1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 금융사고 건수와 피해 금액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불었다.
5대 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지난 2020년 51건에서 2023년 36건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86건으로 급증했다. 2022년 사고 건수는 40건으로 2020년보다 적었으나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하며 액수가 크게 늘었다.
이후 2023년 약 51억원으로 줄었던 금융사고 액수는 지난해 금융사고 건수 증가와 함께 1774억원으로 불었다. 올해의 경우 13건, 857억 9900만원으로 벌써 피해 금액이 지난해(1774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는 공시된 금융사고(10억원 이상 금융사고) 기준인 만큼 공시하지 않은 금융사고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