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B 인증제 6월 의무화 앞두고 ‘설비 대신 구매’ 요구 커져
“설치 아닌 REC·기여금 대체 논의 중”… 해외 사례도 검토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오는 6월부터 민간 건축물에도 의무화되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제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민간 현장의 수용 가능성과 실효성을 고려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건설산업 주요대책 추진상황 및 향후계획’을 서면으로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안건에는 건설공사비 현실화, 민자사업 기준 완화, 외국인력 활용 확대 등 건설업계의 애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포함됐다.
오는 6월부터는 30세대 이상 공동주택과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은 신축 시 ZEB 5등급 이상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ZEB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13% 이상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하지만 민간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미관 훼손 등의 이유로 설비 설치 대신 재생에너지 구매 등 대체 수단을 허용해달라고 지속 요구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발급, 기여금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대체 수단을 두고 해외 사례를 포함한 종합 검토에 착수했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 적용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공공·민자사업 병행 대응
정부는 최근 건설산업 전반의 하향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발표한 두 차례의 건설산업 대책을 바탕으로 경기 반등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사비 안정화 방안, 12월에는 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총 97개 과제 중 47개가 완료됐다. 나머지 50개 과제는 상반기 내 38개, 하반기까지 12개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공공부문에서는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올해 1월부터 표준품셈을 현실에 맞게 세분화 또는 신설했으며, 낙찰률 상향을 위한 단가심사 기준도 개편했다. 턴키 방식 수의계약 시 실시설계 기간을 고려해 물가 반영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정비했고 민자사업의 경우 대상 기준을 완화해 기업의 초기 부담을 낮췄다. 자재비 급등에 대비한 금융상품 개발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인력수급·자재공급도 집중 관리
자재 수급과 공정 안정화를 위한 대책도 병행된다. 레미콘 등 주요 건설자재 조달과 관련해선 LH 등 발주기관이 직접 자재를 구매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상반기 중 레미콘 공급 안정화를 위해 공사 현장 내 배치플랜트(B/P) 설치를 허용하는 기준도 마련될 예정이다.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자금 지원을 위해 공공보증 한도는 35조원에서 40조원으로 확대됐다. 또 분쟁으로 인한 공사 지연·중단을 방지하고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주기를 분기에서 격월로 줄이고 갈등 현장엔 전문가를 직접 파견할 방침이다.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통해 매입 후 임대 전환이 가능하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1호 CR리츠가 등록돼 288세대 매입이 이뤄졌다.
건설현장의 인력난 완화도 주요 과제다. 정부는 고급·특급 기능인력 보유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팀장·반장급 고급 기능인의 의무 배치를 골자로 한 시범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력 확보를 위해 기능인력 전용 비자(E-7-3) 신설과 함께 비숙련 인력(E-9)의 현장 간 이동 제한 완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밖에도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 확산을 위해 모듈러 건축(Off-Site Construction)과 고소작업 로봇, 타워크레인 작업기록장치 의무화 등을 포함한 건설기계 안전기준 개정을 6월 중 완료할 예정이다.
정부는 “경제관계차관회의와 건설현장 점검 등을 통해 매달 건설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공사비 상승을 유발하는 불법·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하겠다”며 “건설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