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공급망 리스크 인식 조사
배터리·車·전자 등 공급망 우려

미국과 중국이 예고한 대로 1일부터 상대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사진은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예고한 대로 1일부터 상대국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사진은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수출기업 절반 이상은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거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중국의 원자재 수출통제보다 미국발 무역 제재가 공급망 위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27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와 설문조사를 통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기준 5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이 있는 제조기업 740곳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10일까지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3.4%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는 답변은 41.4%,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5.5%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55.1%)과 중소기업(53.5%)이 대기업(36.8%)보다 공급망 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비율이 1.5배가량 높았다. 업종별로는 가구·인테리어(76.9%), 섬유·의류(65.4%), 이차전지(63.9%), 자동차·부품(60.7%) 등에서 우려가 컸으며, 가전·스마트 디바이스(59.4%), 화학·석유화학(56.4%), 기계·장비(56.2%), 철강·금속(55.8%), 전기차·수소차(54.5%) 업종도 공급망 불안을 우려했다.

트럼프 2기,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 및 기업 규모별 설문 결과 응답률. (제공: 한국무역협회) 2025.04.27.
트럼프 2기, 글로벌 공급망 조달 여건 및 기업 규모별 설문 결과 응답률. (제공: 한국무역협회) 2025.04.27.

수출기업의 79.6%는 미국의 무역 제재로 인한 공급망 위기를 ‘심각하다(매우 심각 30.9%, 조금 심각 48.8%)’고 인식했다. 반면 중국의 원자재 수출통제로 인한 위기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42.4%(매우 심각 11.8%, 조금 심각 30.7%)에 그쳤다. 기업들이 미국발 리스크를 중국발 리스크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2기 이후 공급망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65.8%로, 중국 제재 대응 필요성(30.3%)을 꼽은 비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수출기업들이 중국 조치가 일부 품목이나 국가에 한정된 국지적 리스크로 보는 반면, 미국의 무역 제재는 한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로 인해 공급망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예상하는 기업은 83.1%에 달했다. 중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공급망 피해를 우려한 기업도 73.0%였다.

기업들은 특히 제품 생산비용 증가(45.6%)와 중국 외 지역 대체 공급업체 확보 필요성 증가(28.1%)를 주요 우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수출기업 절반 이상인 51.8%는 공급망 위기에 대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 지원 활용 실적도 저조했다. 정부의 공급망 지원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으며, 83%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어떤 정부 지원책이 제공되는지 알지 못해서(48.2%)’, ‘지원이 필요하지만 필요한 지원책이 없어서(28.7%)’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의 공급망 지원정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응답 기업의 48.6%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필요한 지원으로는 ‘금융지원 확대(60.0%)’, ‘수급처 다변화 지원(42.3%)’, ‘관련 산업 규제 완화(29.2%)’, ‘연구개발(R&D) 지원(23.6%)’ 순으로 꼽혔다.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5.25.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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