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안덕근, 관세 협상 등판
한국, LNG·조선·알래스카 등
협상 카드로 품목별 인하 모색
방위비 분담 등 ‘패키지 딜’ 변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오는 24일(현지시간) 오전 8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2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가 양국 간 본격적인 관세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의를 통해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율 하향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면서 향후 장기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9일부터 한국 등 우방 5개국을 ‘최우선 협상국’으로 분류하고 90일간 25%의 상호관세를 유예, 기본관세 10%만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국가별 협상 여지’를 전제로 한 ‘한시 유예’로 내걸고 이 기간 안에 실질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재차 강수를 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90일이 되면 터지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이에 우리 측은 미국의 통상적 요구에 부합하는 LNG 수입 확대, 조선업 공동 프로젝트,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참여 가능성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상호관세 완화라는 실익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미국행에 오르면서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비롯해 조선·에너지 협력 등 그동안 우리가 준비했던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양국이 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윈-윈 협의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역시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방미한 뒤 곧바로 협상 테이블에 나설 예정이다.

‘한미 2+2 통상 협의’ 정부 합동 대표단 공동 수석대표를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논의하고 있다. 2025.4.21. (출처: 연합뉴스)
‘한미 2+2 통상 협의’ 정부 합동 대표단 공동 수석대표를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논의하고 있다. 2025.4.21. (출처: 연합뉴스)

이번 협상은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연쇄 회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양국 협상은 통상뿐 아니라 안보 이슈까지 맞물린 ‘패키지 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안보 의제를 거론하며 통상 현안과 한 묶음에 처리하려는 이른바 ‘원스톱’ 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민감한 사안이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2026년~2030년 분담금 규모를 타결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연계 카드로 활용할 경우 협상은 예상보다 복잡해질 거란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통상·안보를 분리한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식적인 의미의 협상(negotiation)이 아닌 협의(consultation)라고 표현한 점도 유의미한 대목이다.

우리 정부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자동차에 적용된 25% 관세 면제다. 다만 모든 국가에 보편관세와 상호관세가 일괄 부과되고 있는 만큼 특정 업종의 관세 면제보다 상호관세 면제 또는 인하를 위한 협상이 우선시될 거란 관측이다.

미국은 90일이란 시한폭탄을 놓고 연일 각국을 향해 ‘협상’ 해올 것을 압박하고 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좋은 제안과 빠른 협상을 압박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워싱턴 AFP=연합뉴스]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워싱턴 AFP=연합뉴스]

그러나 정부는 이번 2+2 협의를 통해 대미 협상의 틀을 마련하고 향후 논의의 지렛대를 확보한다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정부 안팎에서는 장기적 국익이 걸린 미국과의 협상에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는 분위기다.

최상목 부총리는 “관세 협상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겠다. 국익 차원에서 (지금) 최대한 협상하고 나머지 부분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덕근 장관도 이날 출국길에서 “시간이 필요할 경우 다음 정부와 협의해 바통을 넘기는 등 산업계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지 몇 시간 만에 EU가 다음 달에 일부 미국산 상품에 대한 역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이행할 경우 추가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 (PG) (출처: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지 몇 시간 만에 EU가 다음 달에 일부 미국산 상품에 대한 역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이행할 경우 추가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 (PG)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