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인근 2만명 궐기대회
전공의·의대생들 대거 참석
“우린 틀리지 않았다” 외쳐
‘기득권 지키기 집회’ 시각도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의사가 되기 위해 수년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수련의 길조차 막혔습니다. 돌아갈 명분이 없다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의사궐기대회’ 현장에서 만난 20대 의대 본과 4학년 김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의료 정상화’를 외치며 서울 도심에 집결한 전국의 의사와 의대생들은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 17일 2026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이를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외형적 양보’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정원 조정이 아닌, 의료개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특히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정책을 졸속 추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정원 철회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의료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 궐기대회’를 주최하고 ▲의대 정원 정책의 전면 재검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활동 중단 ▲정부와의 실질적 협의 개시를 촉구했다. 의협은 집회에 전국에서 모인 의사, 전공의, 의대생 등 약 2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의료정상화’ ‘의료농단 STOP’ 등의 손팻말을 들고 “의료의 정상화, 의사들이 앞장선다” “윤석열표 의료 개악, 국민이 무너진다” “정상적인 의대 교육, 정부가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대회사에서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며 “이 싸움은 지금의 정책만이 아니라, 후배 의사들과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장기적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정원을 되돌렸다고 하지만, 의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논의 없이 이 조치는 무의미하다”며 “강압적 증원, 졸속 행정, 무시당한 교육 현장 등 모든 부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와 의대생 여러분, 여러분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 선배 의사들이 함께 나선다”며 현장의 젊은 의료인을 격려했다.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도 격려사에서 “전공의 없는 수련병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진료 보조 인력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는 시도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선배들이 먼저 나서야 할 때”라며 의료계의 단결을 호소했다.

현장에서는 의대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눈에 띄었다. 일부 학생들은 수업을 미루고 집회에 나섰다. 의대 본과 3학년 박모씨는 “정부는 우리가 왜 거리로 나섰는지 오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단순한 정원 문제를 넘어, 의사로서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의대 교육은 과밀한 수업과 턱없이 부족한 실습 기회로 가득 차 있다”며 “이런 환경에선 좋은 의사도, 안전한 진료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천지일보=이시문 기자]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20.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집회를 두고 “기득권 유지를 위한 실력 행사”라며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침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정원 환원 발표로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지만, 의료계와의 구체적인 재논의나 협상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대화 창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집단행동은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향후 정부와 의료계 간 접점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응급 진료나 필수 진료 분야에서의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며 국민 불안도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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