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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색으로 생명력 표현
고된 작업 ‘점화’ 택한 이유는
색채가 주는 기쁨으로 ‘힐링’
[천지일보·천지TV=이지예 기자] 빨강, 분홍, 파랑, 보라 등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차정숙 작가의 작품을 보면, ‘숲은 녹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연스레 무너진다. 서양화가 차정숙은 자연, 그중에서도 ‘숲’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한때 인체와 정물에 집중했던 그는 15년 전부터 숲의 세계에 빠져들며 본격적으로 ‘자연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차 작가의 숲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나무들이 저마다 자신을 드러내는 생명력 가득한 무대다. 꽃밭으로 덮인 산의 색감은 화면 안에서 대조를 이루며 풍성하고도 화려한 생명의 축제를 표현한다.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채는 감상자에게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한다.
‘내 마음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15년째 숲을 그리고 있는 차 작가는, 타닥타닥 점을 찍는 점묘법으로 숲을 표현하고 있다. 어느 순간 “자연을 너무 쉽게 그리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해, 더욱 고된 점묘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의 작업은 수천, 수만의 점으로 이루어진 ‘점화’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꽃잎을 하나하나 모으듯, 나이프를 이용해 화면 구석부터 중앙으로 나아가며 점을 찍어가고, 그 방향과 세기, 크기를 달리해 물감을 퍼뜨리며 다채로운 질감을 만들어낸다.
그의 창작 모티브는 언제나 ‘자연’이며, 특히 고향인 충남 서산은 작가 정체성의 뿌리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고향을 향한 향수로 이어지고, 그 기억은 무수한 점으로 반짝이며 그 시절의 온기를 담아낸다.
최근 들어 차정숙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큰 변화는 ‘지워내기’다. “살면서 마음을 비우게 되는 것처럼, 그림도 비워낼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작가는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점차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단순하고 본질에 가까운 ‘미니멀’한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사진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면, 회화는 그것을 비워내고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라는 그의 설명은 인상 깊다.
차정숙 작가의 작품은 색채가 주는 기쁨 그 자체다.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마음의 위안을 주고 자연과 하나 되는 ‘힐링’을 체감하게 된다.
그의 회화는 구두나 가방, 우산 같은 패션 소품으로도 확장돼 일상 속에서도 그의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오는 6~7월, 삼성동 현대백화점에서 예정된 전시에서는 더욱 푸르러질 숲과 마주할 수 있다. 봄을 지나 신록이 짙어질 무렵, 차정숙 작가의 숲은 우리를 시원하게 맞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