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140주년, 韓개신교 현주소

교회세습·정치논란 신뢰 직격탄
젊은층 급속 이탈에 미래 위기감
한국교회 생존 열쇠는 ‘본질 회복’
140주년 ‘기념’ 아닌 ‘자성’ 분위기

교회 예배당. ⓒ천지일보DB
교회 예배당.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 개신교가 선교 140주년을 맞았지만,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교세 감소와 사회적 신뢰 하락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지금이야말로 복음의 본질과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양적 팽창은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교회가 기업처럼 변한 것도 사실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의 말이다. 성장주의 속에서 교회는 재정과 권력을 키웠고 이는 목회자 세습, 교회 내 비민주적 구조, 교인 간 격차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는 과거 항일운동과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교회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되며 ‘중립성’이 흔들리고 부동산 투기, 세습 논란, 성범죄 등 목회자들의 중대 비위로 인해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갤럽이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는 20~30대 젊은층의 종교 신뢰도가 10년 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주요 종교 중 개신교가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교회가 사회를 선도하는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상실했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대표 지용근)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의 의뢰로 크리스천 오피니언 리더 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한국교회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로 ‘기독교 본질 회복’을 꼽았다. 59%는 한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도덕성 회복운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해방 전 개교의 가장 큰 사회적 공헌으로 ‘3.1운동 등 항일 민족운동(85%)’, ‘근대적 서양병원 시작(82%)’ ‘근대교육 시작(79%)’, ‘대학 설립(77%)’ 등을 꼽았다.

해방 후에는 ‘민주화운동(57%)’, ‘고아원 설립 등 아동복지(55%)’, ‘전후 구호사업(51%)’, ‘소외 계층을 위한 구호활동 전개(50%)’ 순으로 한국교회의 공헌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한국교회에서 신자들이 꾸준히 이탈하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종교인구 통계는 개신교 신자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엑소더스’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개신교 신자 비율은 2012년 22.5%에서 2023년 16.6%로 약 6%p 하락했다. 특히 20대 개신교인 비율은 같은 기간 19%에서 9%로, 30대는 21%에서 11%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가나안 성도(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개신교인)’의 증가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중 26.6%가 가나안 성도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2년 10.5%에 비해 2.5배 증가한 수치다. 

교회를 향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3대 개신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3일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인 새문안교회에서 진행된 ‘한국선교 140주년 기념예배’에서 공동선언문을 내고 “복음의 본질에 충실하고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는 교회로 거듭나겠다”며 쇄신을 약속했다. 개신교 역사에서 교리적 입장 차로 갈등을 빚어온 주요 교단들이 공동 선언에 나선 것은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을 반영한 이례적 행보로 평가됐다.

예장통합 부총회장 정훈 목사와 김도원 청년(기감 청년회전국연합회 회장), 최영하 청년(예장합동 선교사 자녀)이 낭독한 선언문에는 “선교 14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철저한 회개에 기초해 다시 말씀과 기도를 회복하기 위한 영적 순례의 여정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민족의 희망이자 등불의 역할을 감당했지만, 1970년대 이후 외형적 성장에 치중해 초기 한국교회가 보여준 사회적이고 공적인 역할에서 후퇴했다고 자성했다.

3개 교단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말씀을 가까이 하고 기도의 능력을 회복해야 하며, 전심으로 전도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우리는 오직 복음, 곧 말씀과 기도, 전도생활에 집중하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며 ‘신앙의 기본 다지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쳐나간다 ▲우리는 초기 내한선교사들과 선배들의 신앙 유산을 계승해 도덕성 회복운동에 적극 힘쓴다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을 향한 성경의 가르침에 기초해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와 공공성 회복을 위한 공적 역할에 적극 나선다 ▲우리는 다음세대의 건강한 성장이 교회 미래의 버팀목임을 명심하고 적극 지원한다고 선포했다.

선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가 단순한 기념행사와 자축을 넘어 진정한 변화와 회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종교문화전문가는 “140년 전 복음을 들고 조선 땅을 밟았던 선교사들의 사명은 단순한 ‘성도 수 늘리기’가 아니었다”며 “억압받는 이들을 품고, 무지한 이들을 가르치고, 병든 자를 치유하는 일에 헌신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한국교회 회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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