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천주교회 통계 분석
신자 증가율 0.5%로 성장 미미
세례·견진·주일학교는 더 쇠퇴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 천주교회의 신앙생활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점차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신앙의 ‘고령화’와 ‘젊은 세대의 신앙 이탈’이라는 경고음도 동시에 울리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가 최근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4’에서는 주일미사와 성사생활 등 핵심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세례와 견진, 주일학교와 같은 ‘입문 성사’ 관련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신자 수 소폭 증가…65세 이상 비율 ‘27.5%’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신자 수는 599만 7654명으로 전년보다 2만 6979명(0.5%) 증가했다. 전체 인구 5270만 5574명 대비 비율은 11.4%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보면 11.38%다. 이는 2023년(11.34%)보다 0.04%포인트 오른 수치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2020년 이후 가장 높지만 코로나19 이전의 회복세로 보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실제로 2014년 증가율(2.2%)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선명히 드러난 변화는 ‘고령화’다. 한국교회는 이미 한국 사회보다 먼저 ‘초고령화’를 통과했다. 주민등록 인구와 비교할 때 29세 이하에서는 일반 인구의 비율이 높지만 30세부터는 신자 비율이 더 높아지고 특히 60~64세는 전체 신자의 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7.5%로 19세 이하(6.3%)와 격차는 매년 벌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독거노인 중 22.1%(219만명)는 1인 가구이며, 이들의 자살률·우울감·고립지수는 OECD 평균을 웃돈다. 이 지표는 단순히 ‘고령 신자 증가’가 아닌 ‘고립된 노년 신앙’이 한국 교회 안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례는 늘었지만…“장기적으로는 감소 추세”

2024년 영세자는 전년 대비 13.7% 증가했지만 이는 군종교구에서 세례자 수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이를 제외하면 1.9% 증가에 그친다. 일부 교구, 특히 춘천·원주·부산·마산·안동 등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10년간 추세를 보면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2014년 이후 모든 교구에서 영세자 수가 줄었고 2017년에는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는 3만 285명으로 전년 대비 62.6% 급감하며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매년 소폭 회복 중이지만 반등폭은 미미하다.

유아세례는 지난 10년간 무려 51.7%가 감소했다. 출산율 저하의 영향도 있으나 가정 내 신앙 전수 기능이 약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이후 위축됐던 성사생활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첫영성체를 제외한 대부분 성사 항목에서 전년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고해성사는 9.5%, 영성체는 12.2%, 병자성사는 8.3%, 견진성사는 5.0% 각각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 수치와 비교하면 미치지 못한다. 예컨대 견진성사는 2019년의 72.0%, 고해성사는 80.1%, 영성체는 81.9%, 병자성사는 98.2%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4년 견진성사(5만2287명)과 비교하면 43%가 줄어든 수치다.

◆주일학교 없어지고 성직·수도자는 ‘고령화’

주일학교는 초등부 참여율(53.5%)은 양호하나 중등부(29.2%)와 고등부(17.6%)로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주일학교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 본당도 코로나19 이후 늘어나 2022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린이는 오지만 청년은 없다’는 교회의 구조적 약점이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교구 소속 사제는 4738명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점점 줄고 있다. 새 신부 수도 72명으로 전년보다 3명 줄었고 10년 전보다 32.7% 감소했다. 반면 원로사제 비율은 12.2%로 10년 전보다 5.1%포인트 증가했다.

수도자 수도 급감하고 있다. 남자 수련자는 10년 전보다 61.1%, 여자 수련자는 59.3% 줄었다. 수도자 수 감소는 성직·수도자 양성 기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향후 교회 운영의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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