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철강·알루미늄 25% 이어
이달부터 상호관세 10% 발효
한미 FTA 무관세 효과 무력화
스마트폰·가전 등 타격 불가피
올해 1분기 실적 시즌 개막
삼성·현대차 등 아직은 ‘선방’
“4월부터 지대한 영향 미칠 것”

◆결국 터진 트럼프발 ‘관세 폭탄’
트럼프 전 대통령 주도의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며, 한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타격권에 진입했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가장 높은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베트남·인도 등 주요 생산거점 국가에도 고관세가 적용되며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이에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7.5%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격 상쇄 나선 한국 기업들
스마트폰과 가전처럼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업종은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며, 특히 삼성·LG 등은 생산비 상승과 판매가 인상 우려에 직면했다.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3사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보해 충격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아직까진 기업들 1분기 실적이 양호하지만 상호 관세가 반영될 2분기 이후 실적이 변수로 지목된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이 ‘폭탄’이나 ‘태풍’으로까지 비견되는 트럼프발(發) 관세 쇼크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미국이 우리나라 최대수출국인 데다 ‘관세 전쟁’에 돌입한 중국 등 ‘세계의 공장’에 대량 관세가 매겨지는 만큼 벌써부터 우리나라 수출이 7.5%나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들을 보면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데, 3월부터 발효된 관세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우울한 성적표를 내놓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나름 선방을 한 기업들도 확인된다. 이에 우리나라 산업별로 트럼프발 관세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살펴본다.
◆관세 어떻게 부과되나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는 결국 이달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50%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매기겠다는 초강경 조치를 감행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부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그리고 이달 3일부로 외국산 자동차에 25%에 달하는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서다.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함에 따라 연쇄적으로 터지는 폭탄을 피할 겨를도 없이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당초 9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상호관세로 한국산 수입품에는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되기로 했었다.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50%에 이른다는 계산에 따른 결정이다. 25%라는 관세율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가장 높고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24%)보다도 높은 수치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한미 FTA의 무관세 혜택이 무력화된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 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리면서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25%가 아닌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對) 미국 관세·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해 협상에 나선 한국을 비롯한 70여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이지만 수위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관세는 국경을 거쳐 수입한 상품들에 부과되는 조세로, 보통 자국에서 만드는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다. 같은 볼펜이라도 관세가 붙은 볼펜보다는 관세가 없는 국산 볼펜이 더 싼 원리다. 그러나 관세를 올리면 수입 가격이 높아져 소매가격 등 물가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각국이 자국 자원만으로는 수요·공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외국에서 각종 공산품과 제조 부품, 건자재, 농산물, 가공식품 등을 수입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워싱턴 AFP=연합뉴스]](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4/3256003_3316947_3812.jpg)
이에 따라 해외로 뻗어 나간 우리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의 많은 공장이 베트남과 중국, 인도 등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신흥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중국 54%, 베트남 46%, 인도 32% 등 이들 국가에 높은 관세율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 중심에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탓에 다른 신흥국으로 공장을 이전해왔다.
기업에 대한 영향은 어떨까. S&P글로벌은 미국이 2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논리로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에 현대차그룹 영업이익은 연간 최대 10조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루고 있는 산업과 기업들 실적이 흔들리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스턴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25% 관세 부과 시 우리나라 수출이 7.5%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세계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출액 감소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 생산 기지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하면 관세 충격의 일부는 기업이 흡수하고 나머지 분은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할 거란 분석이다.
◆“스마트폰, 가장 큰 피해 예상”
그중에서도 스마트폰 업계는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은 고관세를 맞은 나라들에 대거 포진해 있다. 지역별 생산 비중은 베트남 46%, 중국 22% (전량 합작개발생산, JDM), 인도 21%, 세계 2위인 애플의 생산 비중은 중국 80%, 인도 14%, 베트남 5% 등으로 파악된다. 스마트폰의 최종 조립뿐 아니라 대부분의 부품 업체들도 해당 소재지에 자리 잡고 있어 고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판매가격 인상도 거론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30% 수준의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가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현재 호찌민·박닌·타이응우옌 등에서 스마트폰·네트워크 장비·TV·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고, 인도에서도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냉장고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LG도 베트남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수출 허브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에서도 노이다·푸네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을 제조하고 있다.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서는 세 번째 가전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베트남에 46%, 인도에 21%의 관세가 매겨진 만큼 이곳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실적도 타격을 입을 거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다만 현재까지는 가까스로 선방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은 79조원, 영업이익은 6조 6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77조 2208억원과 5조 1148억원을 훌쩍 웃도는 실적이다. 시장 우려와 다르게 갤럭시 S25 출시 효과로 1분기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서 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봤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인 21일 만에 국내 1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LG전자도 선방 중이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22조 74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1분기 매출액이 22조원은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영업이익은 1조 25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발표한 고율의 상호관세가 아직까진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교체주기 장기화 트렌드와 맞물려 스마트폰 수요를 크게 위축시켜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국 판매 비중은 2024년 기준 삼성전자가 13%, 애플이 30%이기에 상대적으로 애플의 피해 강도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2차전지 소재는 관세 영향에 노출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미국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오래 전부터 미국 현지 생산을 준비해왔고, 현재 이미 공장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애리조나·오하이오·테네시·조지아에 삼성SDI는 인디애나, SK온은 조지아·켄터키·테네시 등에서 배터리 셀을 제조하고 있다. GM과 스텔란티스 등 멕시코에서 최종 조립을 진행해 25%의 관세를 부과받는 차량들에 대해서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은 대부분 관세 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해액 업체들을 제외하면 아직 현지 생산 기반이 마련된 기업들이 없는 데 따른 영향이다. 특히 양극재 기업들은 미국과 FTA가 체결된 한국에서 양극재를 제조할 경우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전체 부가가치의 50% 이상을 국내에서 창출할 경우)시켰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향 양극재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25%의 관세 부과가 예상된다.
◆자동차업계 아직은 ‘선방’
관세 직격탄 우려가 나오는 자동차산업도 아직까진 선방을 이어가고 있다.
각 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99만 9626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같은 기간 77만 2351대를 판매해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달 말 발표될 실적도 이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3조 2672억원, 영업이익 3조 629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실적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6.4%, 2% 증가한 규모다. 기아의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27조 6092억원, 영업이익 3조 2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5.3% 늘고 영업이익은 5.9% 줄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자동차산업도 1분기보다 앞으로가 문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차에 들어가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가 발효됐지만, 이는 1분기가 거의 다 지나간 3월 12일부터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기존 관세(2.5%)를 FTA로 철폐한 상태였는데, 이번에 25% 관세를 매기면서 사실상 10배 이상의 관세 장벽을 쌓아 올리게 됐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경우에나 국내에서 자동차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경우에나 모두 관세 적용을 받게 된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에는 철강 1톤, 알루미늄 250㎏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컨설턴트인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은 이번 관세로 인해 미국 자동찻값이 많게는 우리 돈으로 대당 1500만원(1만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관세가 우리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 부과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판매량이 급증한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 소비자들이 그만큼 가격 대비 성능에 민감하다는 의미로, 품질경쟁력을 갖추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를 봤고 그 영향을 평가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 좋은 디자인과 기술, 서비스, 금융 프로그램을 비롯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된다”며 품질경쟁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1분기 신차 구매에 나서 2분기 이후부터는 미국 자동차 시장 전반에 수요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4월부터의 실적이 올해 전체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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