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문화유산 피해 30건
의성 고운사 주요 건물 전소
보물 연수전·가운루도 소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경북 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이 149시간 만에 진화되면서 국가유산 피해 규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를 비롯한 주요 문화재가 소실됐으며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불길이 역사 깊은 유산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8일 오후 5시 기준 전국에서 확인된 국가유산 피해는 총 30건이다. 이 중 보물과 명승 등 국가 지정유산은 11건, 시도 지정유산은 19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산불로 조선 시대 건축물을 보존해 온 의성 고운사가 큰 피해를 입었다.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실됐으며 사찰 내 여러 건물이 전소됐다.
연수전은 조선 영조와 고종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지은 건물로 조선 시대 사찰 안에 세워진 기로소 건물 중 원형을 유지한 유일한 사례였다.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 역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전소돼 문화재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청송 사남고택·만세루, 안동 지산서당·지촌종택·국탄댁 등이 화재로 전소됐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와 숲도 불길에 휩싸였다.
산불이 확산하는 동안 국가유산청과 관계 기관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긴급 조치를 시행했다. 봉정사, 부석사 등 주요 사찰과 종가에서 보관하던 유물 1581점을 긴급 이송했으며, 석탑 등에는 방염포를 설치해 화재를 막았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한때 산불 위협을 받아 철저한 방어 태세를 유지했다. 관계자들은 1~2시간마다 물을 뿌리고 인근 나무를 제거하는 등 문화재 보호에 총력을 기울였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도 유명한 안동 만휴정은 방염포와 물을 활용한 적극적인 대응 덕분에 원형을 지킬 수 있었다.
경북 산불의 주불이 잡혔지만 문화재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성 고운사의 경우 사찰 전각 30동 중 21동이 전소됐고, 9동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전해졌으나 구체적인 피해 조사는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현황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피해 복구 및 지원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