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2년간 실적 조사
매출 5.8%·순이익 74.5% 증가
SK하닉·삼전 전체 78% 차지
건설·석유화학·배터리는 부진

한국수출 반도체 비중 2년만에 다시 10%대로 (CG). (출처: 연합뉴스)
한국수출 반도체 비중 2년만에 다시 10%대로 (CG).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1년 새 6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57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반등을 주도한 반면, 건설·배터리·석유화학 업종은 줄줄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양극화 실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0대 기업 중 결산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253곳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183조 6690억원으로 전년(110조 6428억원)보다 66.0% 늘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78조 4977억원에서 137조 59억원으로 74.5% 뛰었다. 매출도 5.8% 증가한 2523조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훈풍’의 최대 수혜 기업은 SK하이닉스였다. 지난해 영업이익 23조 4673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 7조 7303억원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전환했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HBM(고대역폭메모리) 특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AI 추론 기술이 날로 고도화되면서 HPC(고성능컴퓨팅)에 필수인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시장 선점에 성공한 데 이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과의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토대로 HBM 시장 점유율을 53%(2023년 기준)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 다음으로는 삼성전자가 이익 증가 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32조 7260억원으로 2023년 대비 26조 1590억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와 파운드리 개선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두 회사의 영업익만 57조원 넘게 늘며 전체 기업 이익 증가의 78%를 차지했다.

대기업 2024년 영업이익 증가액 상위 10개사. (자료: 각 사 결산보고서, CEO스코어) 2025.03.26.
대기업 2024년 영업이익 증가액 상위 10개사. (자료: 각 사 결산보고서, CEO스코어) 2025.03.26.

이 외에도 한국전력공사(12조 9063억원), HMM(2조 9280억원), LG디스플레이(1조 9496억원), 한국가스공사(1조 4500억원) 등 공기업과 수출 중심 기업들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적자 구조 탈피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12조 1913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조원 가까운 개선을 이뤄냈다.

반면 현대건설은 국내외 건설 경기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고환율 등 악재에 직면하며 영업이익 –1조 263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1년 새 2조 488억원이 줄어들며 조사대상 기업 중 가장 큰 손실 폭을 보였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2차전지 업종도 부진했다. 영업이익 감소 폭을 보면 LG화학은 1조 6124억원(2조 5292억원→9168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5878억원(2조 1632억원→5754억원)의 영업익이 감소했고, 삼성SDI(-1조 2701억원), S-Oil(-9324억원), 한화솔루션(-9047억원) 등도 부진한 성적을 냈다. 업종별로는 IT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익이 853.9%나 뛰어오른 반면, 석유화학(-62.3%), 건설·건자재(-31.1%) 등은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영업이익 기준 상위 10대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한국전력, HMM, LG전자, 현대모비스, 한국가스공사, 삼성물산 순이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은 유일하게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실적을 나타냈다.

대기업 2024년 영업이익 감소액 상위 10개사. (자료: 각 사 결산보고서, CEO스코어)  2025.03.26.
대기업 2024년 영업이익 감소액 상위 10개사. (자료: 각 사 결산보고서, CEO스코어) 202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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