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여파로 3천L급 카모프 헬기 1/3 운항 중단

경남 산청 산불 진화하는 헬기. (제공: 경남도청)ⓒ천지일보 2025.03.22.
경남 산청 산불 진화하는 헬기. (제공: 경남도청)ⓒ천지일보 2025.03.22.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영남권을 휩쓴 대형 산불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지만, 핵심 진화 수단인 헬기의 투입이 원활하지 않아 공중 진화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불 진화의 주력인 KA-32 카모프(3천L급) 헬기 가운데 약 3분의 1이 러·우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가동이 중단됐다. 초속 15m의 강풍으로 초동 진화에 실패한 데다, 100㎞에 달하는 화선에서 뿜어지는 연무로 진화 속도는 더디고, 진화 인력의 피로도 심화되고 있다.

25일 산림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산림청은 총 50대의 산불 진화용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기종인 KA-32 헬기 29대 중 8대(약 28%)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교체가 어려워 지난해 상반기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실제 운용 가능한 헬기는 42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7대는 산불 취약지역에 고정 배치돼 있어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경남 의성·산청, 울산 울주 등 주요 산불 현장에 33대가 투입됐다.

산불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헬기는 일시 정비로 빠져나갔고, 하루 사이 9대가 전력에서 제외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감계리 일대에서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감계리 일대에서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을 맞아 운영 중인 전국 지자체 임차 헬기 78대 중 34대도 영남권 산불 진화에 투입돼 지원하고 있다.

산림청 헬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 지자체는 자체 임차 헬기로 대응 중이다. 전북도는 지난 23일 발생한 산불 2건에 임차 헬기 3대를 투입했으며, 충북 옥천 산불에도 전북 헬기가 출동했다.

하지만 임차 헬기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산불 발생 시 즉시 복귀가 필요해 지속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연무로 인한 시계 불량까지 겹치면서 진화 작업은 더욱 지연되고 있다. 지난 23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들은 짙은 연무로 인해 이륙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경북 의성의 전체 화선은 228㎞에 달하며, 이 중 100㎞ 이상이 아직 남아 있어 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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