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신학 텍스트 학습해
100개 이상 언어로 사람과 대화

스위스 성당 고해성사실서 사용
230명 중 2/3 이상 “영적 경험”
“피상적이고 진부” 부정도 상당

고해성사부터 예배 설교까지
신기술과 신성의 조화 과제로

ⓒ천지일보 2025.03.18.
ⓒ천지일보 2025.03.18.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인공지능(AI) 예수와 직접 대화하며 영적인 경험을 했다.” “AI가 신성 모독을 하는 일을 멈춰달라.”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종교적 목적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논란의 최전선에 섰다. 최근 기독교계에선 스위스의 한 교회가 AI 모델을 사용해 예수 그리스도를 구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독교의 상징으로 예수가 주는 영적 가르침과 신적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AI로 구현해 전통적인 신앙과 첨단 기술의 융합을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스위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선 ‘AI가 이끄는 예배’가 열리고 있다. AI 목사가 찬양을 하며 예배 설교를 하기도 한다. AI를 활용한 예배에 교인들 사이에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이를 표하며 AI에 대한 시각 전환이 됐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AI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교인도 적지 않다. 

◆스위스 교회 고해성사실에 AI 예수 등장 

스위스 루체른 내 위치한 ‘성베드로 성당’에서는 지난해 8월 말부터 약 두달간 예배당 고해성사실 공간에 AI 예수를 두는 일명 ‘기계 속의 신(Deus in Machina)’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루체른 응용과학대학교와 협력해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종교와 기술 융합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이다. 

AI예수는 모니터 화면에 ‘아바타’ 형태로 띄워져 있다. 방대한 신학 텍스트를 학습해 100개 이상의 언어로 방문객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음성 인식은 미국의 AI연구소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자동 음성 인식 모델 ‘위스퍼’로 구현했고, 답변은 다중 언어 변환기인 챗GPT-4o로 생성했다.

방문객은 이 모니터에 띄워진 예수 아바타를 바라보고 자신이 가진 신앙적 질문이나 고민을 털어놓는다. 두달 동안 1000명 이상이 방문해 진정한 사랑과 내세, 전쟁과 현실 세계의 고통, 신의 존재, 동성애 등 다양하고 심오한 주제에 대해 AI 예수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 방문객 중 230명이 피드백을 남겼는데 2/3 이상이 “예수 AI와 대화를 나누며 영적인 경험을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기술로 인해 더욱 풍성해진 신앙 체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AI 답변이 피상적이고 진부하다는 혹평과 함께 인간적 온기나 깊이를 느낄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시도를 “신성 모독”이라 비판하거나 “악마의 작품”으로 폄하하며 거부감을 표출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예술가들은 AI가 종교 체험을 확장하는 흥미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를 이끈 교회의 신학자 마르코 슈미트는 “사람들이 AI 예수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 흥미롭고, 예수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갈증을 보게 됐다”며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구하는 중요한 경험임을 암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AI를 신앙과 접목한 사례는 또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 바울 교회에서는 AI 언어 모델인 챗GPT 기반의 AI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교회 제단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 아바타는 약 40분간 설교, 기도, 찬송을 이끌었다. 이 예배에는 300명의 신자가 참석했다. 

이 예배를 기획한 사람은 빈 대학교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요나스 심머라인이다. 심머라인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이 예배를 구상했으나 98%는 챗GPT에서 나온 것”이라며 “나는 챗GPT에게 ‘우리는 교회에 있고 당신의 설교자입니다. 교회 예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고 예배를 생성해줬다”고 설명했다.

AI 목사는 “최초의 인공지능으로 여러분께 설교하게 돼 영광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과거를 뒤로 하고 현재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설교했다.

AI 목사를 목도한 성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고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예배에 참석한 한 신도는 “마음도 영혼도 없다”며 “아바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몸짓도 없었으며 빠르고 단조롭게 말해서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루터교 목사 마크 얀센은 “(아바타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 AI가 인도하는 예배? 중대한 결함은

2023년 9월 17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바이올렛 크라운 시티교회’에서도 AI를 활용한 예배를 시도했다. 담임 목사인 제이 쿠퍼 목사가 챗GPT를 활용해 설교와 찬양곡을 작성하고 예배 전반을 구성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러한 시도는 교회에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오는데 성공하며 AI를 활용한 종교 활동이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러나 쿠퍼 목사는 설교와 예배에 AI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목회자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메시지를 통해서만 더 깊은 공감과 영적 성찰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AI가 교회 예배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수는 있지만, ‘인간적인’ 부분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AI 전문 정보 플랫폼 AI 매터스는 “결국 AI가 종교 활동에 어느 정도로 관여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각 종교 공동체의 선택과 신도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인간 내면의 신성(神性)에 대한 갈구는 여전히 변함없다. 우리가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과제이자 기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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