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형은행, 美 경기침체 확률 높이고 성장률은 하향 조정
WP “트럼프 관세 카드로 미국 제조업 부활 시도, 승산 낮다”

미국 주식시장을 가장 광범위하게 측정하는 S&P 1500 슈퍼컴포지트 지수는 2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거의 4조 9000억 달러의 가치를 잃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 AFP 통신, 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을 가장 광범위하게 측정하는 S&P 1500 슈퍼컴포지트 지수는 2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거의 4조 9000억 달러의 가치를 잃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 AFP 통신,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임기를 시작한 후 ‘관세 카드’를 이용해 국내 제조업 부흥을 시도하고 있으나 무리한 고율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90.01포인트(-2.08%) 내린 4만 1911.7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5.64포인트(-2.70%) 떨어진 5614.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7.90포인트(-4.00%) 급락한 1만 7468.33에 각각 마감했다. 미국 주식시장을 가장 광범위하게 측정하는 S&P 1500 슈퍼컴포지트 지수는 2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거의 4조 9000억 달러의 가치를 잃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과도기’라고 언급하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고율의 관세정책 강행을 시사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를 자극했다.

이에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미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중요한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이날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날 베어드의 투자 전략가인 로스 메이필드는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이 하락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조금 더 수용하는 것 같으며, 더 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 침체도 괜찮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나는 이것이 월스트리트에 큰 경종을 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월간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에서는 이날 “가계는 1년 후의 재정 상황에 대해 더 비관적인 견해를 표명한 반면 실업, 연체, 신용 접근성 기대치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을 다시 불러오려고 시도하는 것은(관세정책) 강력한 장기적 요인에 맞서 싸우는 일”이라며, 수십년에 걸쳐 굳어진 탈(脫)제조업 흐름을 뒤바꾸기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근로자 중 공장 노동자의 비중은 8%에 불과하며 이는 정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39년 이래 최저치다. WP는 정책 간 상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자면 오는 12일부터 발효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탓에 미국 내 자동차업체들과 기기 제조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하겠다는 계획 하에서는 새로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들을 찾기도 힘들어진다. 게다가 제조업의 여건도 최근 수십년간 크게 변해 요즘 공장에는 노동자보다 기계가 훨씬 많다. 또 남아 있는 공장 일자리는 옛날보다 숙련 기술을 더 많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일이면서도 단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에 비해 보수가 후하지도 않아 고용 규모를 늘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WP는 이어 트럼프의 관세 외교가 일방적 발표와 번복과 유보를 오가며 오락가락하고 있는 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부품 조달선을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트럼프가 ‘고율관세’로 다그치는 상황에서는 적응할 방법이 없어 비용만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 로버트 로런스는 WP에 “관세는 그 자체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인 케빈 해셋(Kevin Hassett)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위축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많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 중국,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이미 제조업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의도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낙관적일 만한 많은 이유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분기에 데이터에 약간의 실수가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사포 관세 인상의 타이밍 효과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비롯된 일부 효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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