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생산자물가지수’ 발표
상승 폭, 17개월 만에 최대
딸기값, 한 달 만에 57.7%↑
국내공급물가 4개월째 올라
시차 두고 물가 여파 가능성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14.](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2/3236343_3292665_5416.jpg)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기록한 데 영향을 받았다. 이에 더해 딸기와 감귤 등 농산품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생산자물가는 석 달 연속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20일 ‘생산자물가지수’ 자료를 통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120.18(2020=10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 달 전(119.52)보다 0.6% 오른 규모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1월(0.1%) 이후 12월(0.4%),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오름폭은 직전월보다 커져 지난 2023년 8월(0.8%)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 올라 18개월째 오름세를 유지했다.
생산자물가는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이전 기업(생산자) 간에 거래되는 가격을 보여주는 지표다.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으로 품목마다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최근 추세를 살피기 위해 주 지표로 전월 대비 수치를 사용한다.
전월 대비 등락률을 품목별로 정리했을 때 농림수산품이 4.0% 상승했다. 농산물(7.9%)과 수산물(1.4%)이 출하 물량 감소 여파로 올랐다.
구체적으로 과일 가격이 크게 올랐다. 딸기와 감귤 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57.7%, 26.5% 올랐다. 이외에도 멸치(13.9%), 물오징어(8.4%) 등의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농림수산품은 농산물과 수산물의 출하 감소 등으로 올랐다”며 “(딸기 등이) 작년 생육 기간 이상고온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탄·석유제품 역시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1월 공산품 물가는 0.6% 상승했다. 국제유가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석탄 및 석유제품(4.0%)과 1차 금속제품(1.2%) 등이 상승한 영향이다. 원두커피(8.4%), 가금류 포장육(10.8%) 등 가공 식료품도 빠르게 올랐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하수처리(2.8%) 등이 올랐지만 산업용도시가스(-2.5%) 등은 내려 전월 대비 보합을 나타냈다. 서비스업은 정보통신 및 방송서비스(0.7%)와 사업지원 서비스(1.1%) 등을 중심으로 0.4% 상승했다.
이 팀장은 “국제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 등 공산품 가격이 상승하고 농림수산품과 서비스도 오르면서 생산자물가가 올랐다”며 “2월 들어 국제유가와 환율이 전월 평균보다 다소 내렸지만, 월말까지 얼마나 변동할지 불확실성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한 국내공급물가는 전월 대비 0.6% 올랐다. 국내공급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상승률은 지난해 4월(1.0%)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공급물가지수는 물가 변동의 파급 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 국내출하 및 수입 등으로 공급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의 생산 단계별로 구분하여 측정한 지수다.
지난달 원재료(0.7%), 중간재(0.5%), 최종재(0.6%)의 국내공급물가가 모두 올랐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1월 총산출물가지수도 0.7% 높아졌다. 공산품(0.8%)과 서비스(0.4%) 등이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환율과 국제유가 오름세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1월에는 트럼프 발 강달러와 국내 정국 불안에 원·달러가 1470원을 넘나들었다. 두바이유는 12월 말 배럴당 73달러선에서 1월 말에는 80달러대로 올랐다.
국내 출하를 제외하고 수출을 포함하는 총산출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7% 올랐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3.4% 올랐다. 공산품(0.8%) 및 서비스(0.4%) 등이 상승했다.
한은은 생산자물가 상승이 앞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품목에 따라 그 시기와 정도는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이 팀장은 “원자재와 중간재 변동은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을 통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그 시기나 반영되는 정도는 기업 가격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