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귀성 모습 취재

[서울=뉴시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한 승객이 강아지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5.01.24.
[서울=뉴시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한 승객이 강아지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5.01.24.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연휴가 길면 그만큼 여유 시간이 많아진다. 이를 활용해 양가 부모님을 모두 찾아뵐 수도 있을 것이다. 엿새 동안 이어지는 설 연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둔 24일 서울역은 캐리어 끄는 소리, 사람들의 대화하는 소리, 열차 도착을 알리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뒤엉켰다. 이것들이 한데 뭉쳐 내는 활기찬 분위기가 설 연휴가 당도했음을 알리는 듯 했다.

‘푸른 뱀의 해’라는 을사년(乙巳年)을 설을 맞기 위해 이동하는 인파 중 꽤 높은 비율로 캐리어를 대동했다.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는 대신 캐리어에 넣어 가거나, 아니면 선물은 배달로 부치거나 하고 필요한 짐을 캐리어에 넣어 귀성길에 오르는 식이었다.

서울역은 순간순간 이제 한산해졌나 싶다가도, 열차 상황에 따라 금방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독감이 한창 유행인 만큼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양가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내려가는 김민지(가명, 여, 30대, 서울 영등포)·이정민(가명, 남, 30대) 부부도 마스크를 낀 채 대화하고 있었다. 그들 옆엔 어김없이 캐리어가 있었다. 캐리어 위에도 짐들이 제법 쌓여 있었지만, 선물로 보이진 않았다.

김민지씨는 “물건은 없고 용돈을 드린다”며 웃어 보였다. 

이 부부는 긴 설 연휴를 활용해 절반은 아내의 고향인 울산에, 절반은 남편의 고향인 부산에 방문하기로 했다.

김민지씨는 “음식도 거의 사 먹을 것 같다”며 “부모님들도 사 먹는 거 다 괜찮아 하신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25년에도 건강하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5.01.24.
[서울=뉴시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5.01.24.

전유진(가명, 여, 29, 서울 마포구)도 울산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캐리어에 앉아 열차가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응시하던 중이었다.

전유진씨는 “할머니 계신 묘소도 가고, 가족과 외식도 하고, 친구들과도 만날 계획”이라며 꽉 찬 설 연휴 일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들 몸 안 아프고 건강하고 활발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현역 군인인 조규석(가명, 남, 20대, 서울 동작구)씨는 주말엔 쉬다가 이후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다고 했다. 

조규석씨는 “할머니는 최근에 돌아가셨고, 혼자 계신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친척이 모여 식사하며 설 연휴를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가족이 모이는 것이어서 할아버지는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서울=뉴시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5.01.24.
[서울=뉴시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5.01.24.

올해 말에 전역하는 조규석씨는 “2025년 끝에 전역할 때까지 군 생활 무사히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설 연휴에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바로 서울역 인근을 배회하는 노숙자들이다. 그들은 이날도 저녁밥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 계획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 노숙자는 “난 노숙자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 줄 알았냐”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그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행색을 하고 있었기에 대화하기 전까지는 노숙자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들에겐 장기간 연휴도 무사히 보내야 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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