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미분양 1만8644가구
건설사 폐업·부도 위험 확대
11월 건설경기 체감지수 67
폐업 2천여곳, 1년 새 2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주택시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폐업과 부도의 도미노를 유발할 수 있어 건설업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8644가구로, 2020년 7월(1만 8560가구)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 줄어든 6만 5146가구로 5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반대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은 523가구에서 603가구로 15.3% 증가하며 수도권 내에서도 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단순한 주택시장의 문제를 넘어 건설사들의 자금 회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이 쌓일수록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이 심화하고, 이는 곧 부도와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으로, 종합건설사만 394곳에 달한다. 이는 1년 전보다 20.9% 증가한 수치로,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부도로 이어진 건설사도 27곳으로 늘어나면서 업계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건설업 전반의 체감 경기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해 11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66.9로, 같은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CBSI는 100을 기준으로 경기를 판단하는 지수로, 이보다 낮은 수치는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문제에 더해 고금리 기조와 건설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급등까지 겹치며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쌓이면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져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다”며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사업장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금리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으로 인해 지방의 아파트 현장은 물론, 주요 대형 프로젝트도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지난 1989년 이후 30년 넘게 고정돼 있던 일반관리비 상한 요율을 1~2% 상향 조정하고, 공공공사비를 최대 6.5% 인상하기로 했다. 또한 부동산 PF 보증을 40조원까지 확대하고, 의무보증 수수료를 할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낙찰률 상승을 통해 민간 공사 현장을 활성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직접적인 미분양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 완화와 양도세 면제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정책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미분양 물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