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공사비 인상에 착공 부족… ‘로또 청약’ 광풍으로 
26~27년 입주공백 우려 커지고, 지역·유형 간 양극화 계속
탄핵 정국, 부동산 규제완화 ‘브레이크’ 시장 혼란은 극으로
업계 관계자 “정치 혼란 최소화·협치로 시장 안정 모색해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지역 내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3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올해 들어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 최고 기록이 나온 지역은 총 6곳이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2024.6.3. (출처: 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지역 내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3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올해 들어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 최고 기록이 나온 지역은 총 6곳이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2024.6.3.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공급 부족과 아파트 쏠림에 탄핵 리스크까지 각종 악재 속에 올 한해 부동산 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탓에 주택 착공 물량이 급감하고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非)아파트 수요가 위축됐다. 

그 결과 수도권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 양극화가 심화했고, 청약 경쟁률도 ‘수백대1’을 가뿐히 넘어서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더해져 환율 상승과 대출금리 인상, 유동성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한층 불안정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착공 부족, 26~27년 ‘공급 공백’ 현실화 우려

먼저 주택공급 측면에서 착공 물량 부족이 부동산 시장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 및 국토부 집계를 보면 지난 2021년 58만 4천호에 달했던 전국 주택 착공실적은 2022년 38만 3천호, 2023년 24만 2천호(잠정치)로 크게 줄었다. 

이어 2024년 10월 누계도 21만 8177호로 전년동기(16만 2873호)보다 34.0% 증가했지만 여전히 코로나사태 이전의 30호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경색과 건설공사비 상승, 고금리 부담 등이 한꺼번에 겹친 영향이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통상 3~4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6~2027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허가 대비 착공 비율도 지난 2022년부터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공급 공백이 현실화되면 수도권·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부족 우려는 청약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해(1~10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2.8대1에 달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라면 수억원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수백 대1 경쟁률도 일상다반사가 됐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의 경우, 지난 10월 1순위에서 307가구 모집에 8만 2487명이 몰려 평균 268.7대1을 기록했다. 전용 59㎡ A타입은 24가구 모집에 1만 4190명이 신청, 591.2대1로 치솟았다.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도 37가구 모집에 3만 7946명이 몰려 평균 1025.5대1을 찍었고, 이 중 전용 94㎡ T형 최고 당첨가점은 무려 84점(만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8.8 주택공급 확대방안’ 등 각종 정책 발표에도 주택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고, 분양가상한제 단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 투자 수요까지 몰린 결과”라며 “청약 제도가 본래 ‘무주택자 보호’를 위한 장치였는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까지 진입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셋값이 2400만원을 넘어섰다. 8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 가격은 24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에 비해 176만원 오른 것으로, 지난 2022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평당 2400만원을 웃돌았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천지일보 2024.08.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셋값이 2400만원을 넘어섰다. 8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 가격은 241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에 비해 176만원 오른 것으로, 지난 2022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평당 2400만원을 웃돌았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천지일보 2024.08.08.

◆‘아파트 쏠림’ 가속… 전세도 아파트 대세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부동산 시장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1~9월 누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가운데 아파트가 77.1%를 차지하며 2년 전(58.7%) 대비 비중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축 아파트(준공 5년 이하) 매매가격은 연초 대비 1.27% 상승해 구축 대비 2배 이상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수도권과 지방 간 매매시장 격차도 커져, 수도권은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지방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1~9월 누계 기준 수도권 전체 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해 27만건가량으로 집계된 반면, 지방은 6.9% 늘어 약 22만건에 머물렀다. 서울을 포함한 일부 인기지역은 “금리·경기 불확실성에도 매수세가 활발”했고, 지방은 “인구 감소·미분양 누적으로 가격 반등이 더디다”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보고서는 “아파트 중심의 거래 쏠림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장기공급 계획과 함께 지역별·유형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세시장도 아파트로 쏠림이 심화했다. 올해 9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약 3.83% 상승했고, 전세수급동향지수도 97.1p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다. 반면 빌라 등 비(非)아파트 전세는 전세사기 리스크로 수요가 급감해 매매·전세가격 모두 고전했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다시 4%대로 올라서 역전세난 우려도 제기된다. 임대차 2법 만기로 갑작스레 전세 매물이 늘어날 수 있고, 금리 부담으로 세입자들이 월세로 갈아탈 경우 전셋값이 주춤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실)

◆탄핵 정국, 부동산 악재로 작용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가시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생겼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이 국토연구원에서 받은 ‘탄핵정국 등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2016년 12월~2017년 5월) 때도 환율이 1123원(2016년 10월 13일)에서 1208원(2017년 1월 5일)까지 치솟았고, 대출금리가 3.2%(2016년 11월)에서 3.47%(2017년 5월)로 올라 주택시장이 단기간 급랭했다.

당시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지난 2016년 10월 전월 대비 0.43%에서 12월 0.09%, 2017년 1월 0.03%로 하락 폭이 커졌지만, 탄핵 정국이 해소된 2017년 5월엔 0.35% 상승으로 돌아서며 회복 속도가 비교적 빨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미 부동산 침체기에 탄핵 정국이 겹친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기존 금융규제가 강도 높게 진행되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졌다며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 완화 대책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특례·재초환 폐지’ 줄줄이 표류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 규제완화 대책이 줄줄이 표류할 조짐을 보인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례법(재건축특례법)과 도시정비사업 기간을 3년가량 단축하는 법안은 여야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해 왔지만, 탄핵 정국으로 국회 논의가 계속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법안 역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1월 국회 합의로 재초환 부담금 면제 금액이 기존 3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완화됐지만, 올 6월 여당이 아예 재초환 폐지를 추진하면서 야당과 대립이 심화됐다. 당초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해 통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기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언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오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는데, 법안이 늦춰지면 후속 대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도시정비사업 속도전 등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줄줄이 지연되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탄핵 의결 정족수 과반 151명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탄핵 의결 정족수 과반 151명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27.

◆“공급·거래·심리 모두 위축”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은 착공·준공 시차가 길고, 가계대출 규제나 금리 등 외부 요인이 많아 장기적·안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 완화 입법과 신규 주택공급 대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토연구원은 실수요자 보호와 주택공급 확대라는 원칙을 지키되, 가계부채 급증과 건설사 부도위기 같은 시장 불안요인도 같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분양 해소’를 위해 구조조정 리츠(CR 리츠)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활용해 중소 건설사를 선별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2024년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 아파트 쏠림, 청약 광풍, 지역 양극화 심화,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경제적 불안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복잡한 국면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탄핵 정국까지 맞물리면 공급·거래·소비심리가 모두 위축될 수 있다”며 “집값 급등을 막고 시장 변동성을 줄이려면 정치권이 혼란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주택공급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협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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