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개정 공언했지만… 탄핵 정국 속 표류수순
野, 임차인 권리 강화 법안 쏟아내… 재산권 침해 논란
공시가·양도세 개편 등 주요 정책도 추진 어려운 실정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전면 개정이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초기 임대차 2법을 폐지 수준으로 손보겠다고 공언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정책 실행의 동력을 잃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국토연구원의 연구 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임대차 2법 개선안을 마련했으나, 해당 안건은 반년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폐지를 포함한 제도 개선 추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여소야대 정국과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할 때 제도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임대차 2법은 시행 초기 전셋값 급등과 전세 매물 감소, 역전세 시 전세사고 등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급등락기를 거치며 임차인 보호의 주요 제도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R114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거래에서 보증금을 올린 사례는 전체의 64.1%로 나타났으며,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증액 비중이 72.1%에 달했다. 이는 갱신권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효과를 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갱신권 제도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갱신권 사용과 임대료 인상폭 제한은 매도 시기 조정에 제약을 주고,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집주인이 추가로 이사비를 지급해야 하는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호소했다. 또 임차인이 계약 중간에 퇴거를 요구할 경우, 집주인이 3개월 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규정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임차인의 권리를 더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정부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갱신권 무제한 사용, 지역별 적정임대료 산정위원회 설치 등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임차보증금과 담보권, 체납 세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 주택가격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도 담겼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은 임대인의 과도한 재산권 침해와 중개사들의 수익 감소 우려를 이유로 강한 반발을 불렀다. 일부 발의 의원들이 서명을 철회하며 법안은 자동 폐기됐으나, 전문가들은 유사한 법안이 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사기 문제와 맞물려 임차인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정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공시가격 현실화율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도 탄핵 정국 속에서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폐지는 과도한 보유세 부담과 저소득층 복지 혜택 축소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민주당은 이를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보유세 감면으로 이어지는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완화 정책도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이행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내년 5월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연장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매도를 보류했던 다주택자들은 제도 종료 후 추가 세부담 우려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부동산 정책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며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2024국감] 작년 집주인들이 낸 의무위반 과태료 385억원… 1위는 ‘임대차 계약신고 위반’
- 내년 상반기부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 가능… 6년 단기임대도 부활
- “보증금 없이 월 32만원에 새집에 산다?”… 정부, 양질 신축 임대주택으로 주거 불안 해소 나서
- 政, 임대시장에 기업 들여… ‘20년 장기임대주택’ 나온다
- 尹, 4차 대국민 담화… “비상계엄, 대통령 고도의 정치적 판단”
- 정부·한은 “과도한 변동성 발생 시 추가 시장안정 조치 적기 시행”
-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27%↓… 전셋값 상승 압박 커져
-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 1.96%↑… 표준지도 2.93% 상승
- ‘탄핵 불똥’에 부동산 흔들린다… 조기 대선에 초 관망세
- 전월세신고제, 4년 유예 끝… 6월부터 본격 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