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른 ‘대왕고래’ 동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 속에서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예정대로 첫 탐사 시추를 시작할 방침이지만 장기적인 사업 추진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초심해용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West Capella)가 이번 주 부산에 입항하는 대로 동해 심해 가스전에서 첫 탐사 시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1차 탐사 시추는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목표 지점까지 암석층 시료를 확보하는 데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시료 분석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첫 시추 이후에는 해외 오일 메이저사의 투자를 유치해 탐사 성공률을 높일 계획이었으나,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외자 유치와 장기 프로젝트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석유공사는 자문사인 액트지오사와 함께 석유 시스템이 존재하기 위한 4가지 제반 요인들을 분석했고, 대왕고래·오징어·명태 등 해양생물의 이름을 붙인 7개의 유망구조를 도출했다. 유망구조는 탄성파 분석을 통해 도출되는 석유·가스 유력 매장지를 말한다. 이번에 선정된 대왕고래는 자원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의 이름이 주어졌다.
석유공사는 이들 7개 유망구조에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이 사업을 강조하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의 상징적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야당이 이 사업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으며 예산 편성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왕고래 첫 탐사 시추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는 이를 석유공사 자체 재원으로 보완하려 했지만, 재무 여건이 열악한 석유공사로서는 추가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시추선 임차, 시료 분석, 헬기 임차 등 이미 체결된 용역 계약 비용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약 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첫 탐사 이후 추가 시추를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고 예상했으나, 시추공 하나당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예산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1차 시추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전경. ⓒ천지일보 2023.05.29.](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08607_3258115_9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