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만적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이 국회 인근 농성장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1980년 삼청교육대 수용 당시의 고통을 증언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며 당시의 참혹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4.11.06.](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1/3196666_3242912_4919.jpg)
이만적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 인터뷰
“42년 지났지만 울분 그대로”
“악몽과 트라우마 속에 살아”
배상 판결에도 국가는 미온적
“국가가 배상 외면, 피해 방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4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울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때문에 밤에 잠들면 쫓기거나 절벽에서 떨어지고, 군인들에게 맞는 꿈을 꿉니다. 어젯밤에도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이만적(67)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은 최근 국회 인근 농성장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40여년 전 삼청교육대에 수용돼 겪었던 고통을 증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 실시된 사회정화운동의 일환으로 도입된 강제 교정 프로그램으로, 수만명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교육을 받으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사회에 만연한 불량배 및 범죄자 소탕을 목적으로 내세웠던 이 교육은 실제로는 일반 국민을 포함해 무고한 시민들도 강제로 수용해 인권을 유린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 권익 위해 3년째 국회 앞 농성
1980년대 삼청교육대에 수용돼 극심한 인권 침해를 겪었던 이 이사장은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과 정의를 추구하는 길에 나섰다. 1988년부터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해 온 그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대 초, 이 이사장은 가족과 함께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 체포됐다. 당시 이 이사장은 지방의 한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기자 경력과 시인으로서의 활동도 그를 삼청교육대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처음엔 가족이 억울하게 잡혀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때가 몇 월 며칠이었는지조차도 기억이 생생해요. 아침부터 중앙정보부가 찾아왔고, 그날 이후 모든 게 뒤바뀌었죠.”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만적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이 최근 국회 인근 농성장에서 42년이 지난 삼청교육대의 고통을 증언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1.06.](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1/3196666_3242913_5253.jpg)
그는 2년 6개월 동안 삼청교육대에서 강제 수용됐던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으며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고문과 구타를 당했고, 정신적·신체적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는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며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그곳에서 당한 고문과 구타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사람이란 걸 믿기 힘들 정도의 잔인한 대우가 일상이었어요. 물을 전혀 주지 않고 하루 종일 뛰게 하거나, 팔을 묶은 채로 두 시간 넘게 끌려 다녔어요. 어떤 사람은 그 상태에서 실신했는데도 계속 강제적으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훈련이 아닌 고문에 가까운 학대 속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 보상과 사과 없이 고통 중”
이 이사장은 1988년 7월 삼청교육대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당시 삼청교육대를 겪은 약 4만명의 피해자 중 일부만 국가의 보상을 받았고, 여전히 상당수는 보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는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도 배상을 추진했으나 “액수가 천만원에 불과했으며, 배상이 전면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삼청교육대의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살면서도 배상은커녕 국가의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하며 법적 구제 조치를 권고했지만, 국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 이사장은 “결국 우리는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1심에서는 일부 피해자들이 승소했지만, 국가가 항소해 최종 결정이 미뤄졌다”며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국가가 배상 책임을 외면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방치하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억 8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그는 “이제까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 액수가 크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항소 상태에 있는 소송 과정을 설명하며 “그저 법적인 절차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정의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도 매일같이 법원 앞에 가서 판사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만적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이 최근 국회 인근 농성장에서 42년이 지난 삼청교육대의 고통을 증언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1.06.](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1/3196666_3242914_5454.jpg)
또 그는 “삼청교육대 수감 피해자 대부분이 이미 고령층이며, 상당수가 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배상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삼청교육대 피해자 중 국가에 소송을 건 이들이 약 380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당시 학력이 낮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었고, 일부는 제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많은 수가 아직도 삼청교육대 경험을 가족이나 사회에 숨기고 살아간다”며 제2차 피해와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설명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은 특별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 전원을 인정받고 공정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이사장은 “현재 특별법상으로는 사망자, 상해자, 행방불명자만이 피해자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우리는 이들이 모두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청교육대 배상 지원센터 발족
그는 최근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배상 지원센터를 발족했다. 이는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법적 지원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 이사장은 “피해자 배상 지원센터를 설립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만적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이 최근 국회 인근 농성장에서 42년이 지난 삼청교육대의 고통을 증언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1.06.](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1/3196666_3242915_5513.jpg)
그는 현재 민변이 100여명의 피해자를 소개받아 이들의 법적 지원을 도모하고 있지만, 변호사 인원 부족과 법원 재판 지연으로 인해 배상 절차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민변의 진행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재판부가 자꾸 판결을 미루는 것이 문제”라며 “피해(신고)자들이 계속 늘고만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들에게 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미신고자들도 배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배상 신청자가 급증했고, 민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어 여러 변호사를 중심으로 집단화된 지원센터가 마련된 것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센터를 통해 변호사들이 피해자 지원에 효율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피해자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고 법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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