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70억원 인상 두고 갈등, 결국 기반시설 공사 중단
조합 “추가 협상 여지 있어”… 다른 사업장도 갈등 확산 중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공사가 다시 중단됐다. 이에 내달 26일 예정인 준공승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사업장은 신축 아파트 1만 2000가구를 조성하는 정비사업으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불린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은 진행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4월에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6개월 동안 공사가 멈췄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기반시설과 조경 공사를 맡은 시공사들이 공사를 멈췄다. 중단한 업체는 단지 주변 도로 확장과 포장을 맡은 동남공영, 기부채납 부지인 강동중앙도서관을 건설한 중앙건설, 아파트 주변 조경을 담당한 장원조경 등이다. 이들은 공사 기간 연장 등을 이유로 총 170억원의 공사비 인상을 조합에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열린 둔촌주공 대의원 회의에서 공사비 인상 안건이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이에 시공사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에 ‘추가 공사비 확정 전까지 도로와 문주 등 모든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기반 공사 중단으로 예정된 준공승인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준공승인이나 임시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면 입주 일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시공단은 최근 입주자 사전점검을 진행하며 입주 예정자들에게 오는 11월 27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입주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강동구가 준공승인·사용승인을 불허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강동구 관계자는 “사용승인과 준공승인을 불가하다고 의견을 낸 적은 없다”며 “승인 요청이 들어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측은 “대의원들도 준공승인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만큼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에도 둔촌주공 재건축은 6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조합의 설계 변경 요구까지 겹치면서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1만 2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의 입주가 지연되면 주택 공급 부족 우려로 집값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전세 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재건축 사업장 불안감도 커질 수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재건축 시장의 대표 사례로 공사비 갈등과 일정 지연은 다른 재건축 현장에도 영향을 미쳐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둔촌주공 외에도 서울의 여러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용산구 이촌동 ‘이촌 르엘’은 지난 2021년 4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2022년 8월 착공했지만 현재 공정률은 10% 수준이다. 공사 기간과 공사비 인상안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롯데건설은 최근 공사 중지를 예고했다.
강서구 방화뉴타운 6구역은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1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됐고 지난달 29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해지했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도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며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