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수라상 밑에 앉아 고기반찬 받아먹고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열두 띠 중 하나

웹툰․영화 등 다양한 작품 속 단골 캐릭터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출처: 뉴시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어머~ 어머! 너 거기서 뭐하니?” “너 너무 귀여운 거 아냐?”

길을 가다 보면 주택가 골목길이나 담벼락 위에서, 혹은 주차된 자동차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고양이’ ‘양반’들이다.

개와 함께 일찍이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그 특유의 ‘요망함’으로 ‘예쁨’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들. 이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들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준비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3일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를 주제로 기획전시를 개최, 오는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을 맞는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삶 속 고양이에 대한 재발견과 공존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길을 걷다 고양이를 만나면 스마트폰 카메라부터 켠다면, 무엇을 고민하랴. 일단 박물관으로 달려가보자.

큰 눈과 조그만 코, 통통한 볼과 3.6㎏의 평균 체중을 가진 고양이는 사람 아기와 비슷한 외형과 체구로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또한 야생에서 도도하게 살다가도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찾아와 애교를 부리며 노련하게 인간을 조종해 온 존재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집사’를 자진하며 고양이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겠는가 말이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고양이에게 홀려 온 우리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해 이 전시를 준비했다”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위트 있는 소개만 봐도 기대되는 전시다.

1부 전시에서는 옛 그림과 문헌, 신문자료 속에 나타나는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들의 모습과 그런 고양이에게 홀려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담았다.  (출처: 뉴시스)
1부 전시에서는 옛 그림과 문헌, 신문자료 속에 나타나는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들의 모습과 그런 고양이에게 홀려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담았다. (출처: 뉴시스)

◆ 귀엽고도 요망한 ‘고양이’

고양이는 일찍이 사람에게 길들여진 ‘개’와도 다르고 소나 닭, 돼지처럼 생산성을 가진 가축도 아니지만 사람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 살아왔다. 쉽게 곁을 주지 않아 더욱 사람의 마음을 애태우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시대에 따라 쥐를 잡는 데 동원되기도 하고, 도둑을 잡는 주술에 사용되기도 했다. 다른 면에서는 사람을 해코지하는 나쁜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1부 전시에서는 옛 그림과 문헌, 신문자료 속에 나타나는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들의 모습과 그런 고양이에게 홀려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담았다.

부드러운 털, 말랑하고 말캉한 발바닥과 날카로운 눈매, 뾰족한 발톱을 가진 고양이의 매력을 파헤쳐보는 공간이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탁월해 임금님 수라상 밑에 앉아서 고기반찬을 받아먹었다는 고양이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쥐’를 잡는다는 유용함이다.

전시에서는 ‘쥐’를 잡는다는 유용함을 내세우며 우리 곁에 함께했던 고양이에 관한 여러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외에도 표정 없는 날카로운 눈매와 주로 밤에 활동하며 발소리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특성으로 어둡고 부정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고양이의 또 다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네키네코(招き猫). 일본어로 ‘마네키(まねき)’란 부른다는 뜻이고, ‘네코(ねこ)’는 고양이란 뜻으로 직역하면 ‘부르는고양이’란 의미이다. 앞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주로 가게 입구에 장식하여 번창을 기원한다.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으면 금전 운을 부르고, 왼쪽 앞발을 들고 있으면 손님을 부른다고 한다. 행운의 상징인 마네키네코는 대부분 삼색고양이다.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4.05.13.
마네키네코(招き猫). 일본어로 ‘마네키(まねき)’란 부른다는 뜻이고, ‘네코(ねこ)’는 고양이란 뜻으로 직역하면 ‘부르는고양이’란 의미이다. 앞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주로 가게 입구에 장식하여 번창을 기원한다.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으면 금전 운을 부르고, 왼쪽 앞발을 들고 있으면 손님을 부른다고 한다. 행운의 상징인 마네키네코는 대부분 삼색고양이다.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4.05.13.

◆ 고양이, 안방을 차지하다

얌전한 고양이는 부뚜막에 올라가고,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는 어느새 안방을 차지했다. 인간으로 치면 우주정복에 나선 격이다.

박물관은 2부 전시로 ‘안방’을 차지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구정복의 야심을 품은 듯 인간의 삶 곳곳에 성공적으로 침투한 고양이들의 모습이 흥미를 유발한다.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열두 띠 중 하나이고, 일본에서는 행운을 상징하는 고양이가 사람을 ‘집사’로 부리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3부 전시에서는 완전한 야생 동물도, 완전히 길들여지지도 않은 채로 인간의 주변에 살고 있는 ‘경계 동물’로의 고양이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길이 아닌 우리 동네에 사는 ‘동네 고양이’와 동네 고양이를 위한 활동을 하는 ‘고양이 활동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길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며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기에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고양이가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한 해답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직접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지 않아도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그 어디에선가 꼭 한번은 마주치게 되는 고양이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이번 전시가 안성맞춤이다.

이용민 감독의 영화 '살인마(1961)'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4.05.13.
이용민 감독의 영화 '살인마(1961)'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4.05.13.

◆ 주인공은 바로 나

이번 전시에는 고양이를 잘 그린다고 해서 ‘변고양이’라는 별명이 있었던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1730~1775)의 그림 ‘묘작도(조선,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를 비롯해 조선 초기 문신이며 학자인 서거정(1420~1488)의 응제시(應製詩, 임금의 명에 따라 지어서 올린 시)이자 제화시(題畵詩, 그림을 소재·제재로 한 시)인 ‘고양이의 그림(畫貓) 104운(韻)’ ‘사가집(四佳集)’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저명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Claude Levi Strauss, 1908~2009)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항아리(1981)’와 ‘검은 고양이 네로 LP(1970)’, 영화 ‘살인마(1965)’ 등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영화 ‘살인마’는 한국 최초의 공포영화 ‘악의 꽃(1961)’을 만들고 한국 공포영화의 장르를 연 감독인 이용민의 작품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여성이 자신이 아끼던 고양이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고양이 귀신이 복수를 행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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