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자 노린 탐정가
‘다양한 사기 피해복구 가능하다’ 홍보
복구했다면서 워너비 사례 공유했지만
성공사례 올린 공문에 은행 “양식 아냐”
네티즌 “돈 찾아준다 하면 모두 사기”

탐정이 돈세탁 업체의 대포통장을 구매로 사기 피해를 구제한다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글에 게시된 탐정 명함. (캡처: 블로그) ⓒ천지일보 2024.03.04.
탐정이 돈세탁 업체의 대포통장을 구매로 사기 피해를 구제한다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글에 게시된 탐정 명함. (캡처: 블로그) ⓒ천지일보 2024.03.04.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1.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워너비그룹에 6천만원을 투자했다가 출금이 막혀 전전긍긍하고 있던 A씨는 최근 한 블로그를 방문한 결과 피해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글을 접했다. 블로그에는 돈세탁하는 대포통장을 이용해 환불받은 사례와 함께 주소 연락처가 기재된 명함도 있어 신뢰가 더 갔다.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탐정이 받았고 글에 게시된 성공 보수인 피해액 10%를 후불로 받는 것 외에 대포통장을 구매하기 위해 최소 300만원이 든다고 했다. 직접 구매하면 1500만원인데 1200만원까지 네고(협상)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바로 결정을 하지 못했던 A씨는 하루가 지난 뒤 탐정의 전화를 받았다. 탐정은 대포통장을 빨리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세탁하는 과정에 돈을 계속 빼돌리기 때문에 연락왔을 때 바로 해야 대포통장 안에 1억원 이상 남아있을 확률이 높고 시간이 지나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확답을 못 준다고 종용했다. A씨는 의심이 들었고 ‘대포통장을 구매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탐정은 자기가 구매하는 거라 A씨가 피해 보는 것은 없다고 안심시켰다.

최근 고령층을 주 타깃으로 하는 폰지사기 등 다단계 코인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돈을 돌려받지 못해 불안한 피해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2차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돈세탁 업체의 대포통장을 사들여 피해를 복구시켜준다는 말로 속이고 그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포착됐다.

◆다양한 사기업체 피해 복구 유도

4일 천지일보 취재 결과 위 사례 해당 탐정의 블로그에는 워너비그룹뿐 아니라 독도·세이브·볼튼 로또, 비스타7, 코인파크, 유튜브구독알바사기, 리더스·데일리·세이브복권 등 다양한 사기 의혹을 받는 업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포통장 구매를 통해 피해를 복구해 주겠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사기 의혹을 받는 업체마다 투자 수법 등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실제 피해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쉽게 가능할 듯 보였다. 아울러 성공 사례도 게시돼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듯 했다. 내용을 보면 “지인 4명이 6억원가량 피해를 입으셨고 모두 같은 날 대면상담을 통해 의뢰인이 되셨다”며 “피해금은 6억원이었고 저희가 막은 계좌에는 9억 7천만원이 있었다. 아쉽지만 전부는 받지 못했습니다만, 총 5억원으로 합의를 해 피해금 6억원 중 5억원을 환불해드렸고 계약했던 후불 수수료 10%를 받았다”고 했다. 즉 탐정은 4명의 의뢰인에게서 피해액 6억원 중 5억원을 돌려받아 복구시켜줬고 이에 대한 보수로 5천만원을 받았다는 셈이다.

그러면서 A은행의 지급 정지 사실통지서와 거래내역조회 계좌에 입금된 내역까지 게시했다. 하지만 천지일보가 A은행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지급 정지 사실통지서는 “저희가 쓰는 양식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즉 허위 문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탐정이 돈세탁 업체의 대포통장을 구매로 사기 피해를 구제한다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피해 복구 성공사례로  올려진 지급 정지 사실통지서와 입금내역. (캡처: 블로그) ⓒ천지일보 2024.03.04.
탐정이 돈세탁 업체의 대포통장을 구매로 사기 피해를 구제한다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피해 복구 성공사례로 올려진 지급 정지 사실통지서와 입금내역. (캡처: 블로그) ⓒ천지일보 2024.03.04.

◆탐정에게 연락해보니

천지일보는 탐정에게 직접 연락해 봤다. 그 결과 탐정은 워너비그룹뿐 아니라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외 다양한 사기 사건에서 피해액 복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피해복구 과정은 사기업체에서 돈세탁 업체로 회사 재정을 맡겨 여러 대포통장으로 입금하는데 돈세탁하는 업체가 이 탐정에게 연락해 대포통장을 판다는 거였다. 탐정은 사들인 대포통장에다가 보이스피싱으로 지급정지를 걸어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피해금보다 사들인 대포통장 계좌에 돈이 많아야 환불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복불복인 셈이다. 의문점이 드는 것은 현행법상 보이스피싱으로 지급정지가 가능한 것은 맞지만, 피해복구건 사기는 보이스피싱이 아닌 다른 사기면 허위 신고 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워너비그룹을 검찰에 고발한 ‘금융사기근절 실천운동센터(대표 예자선 변호사)’는 “워너비그룹은 허술해서 돈세탁 그런 거 못 한다.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모든 워너비그룹과 관련한 계좌번호를 다 확보했지만, 탐정의 피해복구 사례로 제시한 ‘지급정지 계좌 명의의 회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돈세탁 업체가 탐정에게 대포통장을 판매하면 사기업체에서 인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기업체마다 재정 담당자가 1명이 아닌 여럿이라 사기업체에서 모른다고 답했다.

◆네티즌들 “2차 사기꾼”

사기 척결을 추구하는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백두산에도 ‘탐정수사대 모대표 사기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사기’라고 입을 모았다.

해당 글 게시자는 “유튜브 구독 알바 사기 당해서 3000만원 중 일부라도 받아낼까 하고 수사대 알아보고 있는데 얼굴 보고 직접 계약한다네요”라며 “2차 피해 입기 싫어 (백두산에) 알아보고 하려고요”라고 적었고, 국대탐정사무소 사기 피해구제방법 블로그 캡처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자 댓글에는 “하지 마세요. 돈 찾아준다고 하는 X들은 전부 2차 사기꾼 새X들이다. 사기를 보피(보이스피싱)로 허위신고 하게끔 유도해서 돈 찾게 한 다음 수수료 떼가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착수금이 너무 비싸다고 사기 같다고 (한다)” “진짜 사기 치는 X들 다시 뒤통수치는 X들이 더 나쁜 것 같다” “2차 사기 맞다. 다단계 사기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 사기에나 가능한 계좌 지급정지를 해준다며 접근하며, 제시한 서류도 위조된 것” 등의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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