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인수 명목 투자 받았지만 3개월 만에 자금 소진
인수 거래소 “거래량 0” 올해 폐업 예상… 상당 금액 기부로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식 겸 세금 공제 수단으로 사용 의혹

캡쳐: 에인트체인소프트(구 워너비체인소프트)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4.02.16.
캡쳐: 에인트체인소프트(구 워너비체인소프트)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4.02.16.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워너비그룹(지주회사 워너비데이터)이 자회사인 워너비체인소프트(현재 에인트체인소프트)에 50억원을 투자한 가운데 워너비체인소프트는 투자금 50억원을 3개월 동안 1억여원만 남기고 모두 소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투자금 가운데 상당 금액은 목사나 교회 등에 기부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전영철 워너비그룹 회장이 목사로 시무 중인 교회가 소속된 교단에 교회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이 세금 공제 수단으로 기부금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워너비체인소프트 내부 제보자 A씨가 천지일보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워너비체인소프트는 워너비데이터로부터 지난해 1월 4일 50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워너비데이터가 워너비체인소프트에 3일 이내 투자액의 100%를 현금으로 투자하고, 사전 서면 동의 없이는 제3자에게 양도·담보제공·하청 등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워너비데이터와 워너비체인소프트간 계약서.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워너비데이터와 워너비체인소프트간 투자계약서.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워너비체인소프트의 김성욱 대표이사는 워너비데이터의 대주주다. 워너비데이터가 워너비체인소프트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한 몸인데 왼손에 있는 돈을 오른손에 넘겨준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대표이사는 전 회장을 만나기 전 블록체인 기술을 내세운 코인 쇼핑몰인 ‘나음몰’이라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전 회장을 만난 후 그는 넷플리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이름을 따서 SQG플랫폼을 기획하며 SQG코인을 발행했다. 현재 워너비데이터에서 운영하는 이벤토앱은 SQG플랫폼의 앱과 백서를 제목만 바꿔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워너비체인소프트가 텐엔텐 인수 명목으로 한 지급 내역.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워너비체인소프트가 텐엔텐 인수 명목으로 한 지급 내역.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워너비소프트는 코인거래소인 텐엔텐 인수금 및 투자금 명목으로 워너비데이터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50억원 중 텐엔텐 인수금액은 32억 5729만 5820원이었고, 나머지 약 16억 3400만원은 기부 및 대여금으로 사용됐다. 이를 합하면 약 48억 9129만원이다. 투자받을 시점 부근부터 시작해 3개월 만에 거의 소진하고 약 1억원만 남게 된 셈이다.

워너비체인소프트가 텐엔텐 인수 명목으로 50억을 투자 받았지만 교회 등에 약 16억 3400만원을 기부 등으로 사용했다. 사진은 기부 및 대여금 내역서.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워너비체인소프트가 텐엔텐 인수 명목으로 50억을 투자 받았지만 교회 등에 약 16억 3400만원을 기부 등으로 사용했다. 사진은 기부 및 대여금 내역서.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텐엔텐 인수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드는 내역이 있다. 계약금부터 중도금과 중개컨설팅 비용이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통장으로 지급됐다. 소개자인 교회 목사에게 1억 5천만원을 기부 형태로 제공한 것이다. 또한 법무법인 광장에 법률 검토 비용으로 1억 3천여만원이 사용됐다.

게다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했지만 현재 거래량이 0인 상태다. 이는 몇 개월째 지속 중이며, 업계에서는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폐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갱신이 올해 예정인데,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이후 수년간 금융당국이 문턱을 높여놔 여기에 충족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여타 폰자시기 업체와 같이 뚜렷한 수익구조를 설명하지 못한 채 사실상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해 보여주기식 형태로 사업을 벌였고, 여기에 수십억을 쏟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영철 워너비그룹 회장의 지시로 투자금을 사용한 내역.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전영철 워너비그룹 회장의 지시로 투자금을 사용한 내역. (제공: 제보자) ⓒ천지일보 2024.02.16.

‘전회장님 요청 송금 건’이라는 제목의 기부 및 대여금 관련 내부 문건에는 전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송금 내역이 담겨 있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2022년 12월 모기독청 홍모 목사에게 1억 5천만원이 지급됐다. 홍 목사는 마약퇴치행사 강의를 1회 해주고 경영고문료 명목으로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2023년 2월 스캠 코인 논란이 일었던 블록체인업체 위즈블에 7억원, 모교회 2억원 등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너비그룹은 2022년부터 블록체인, 온천, 줄기세포 등의 사업을 한다며 ‘원금 보장’과 매월 회사 전체 수익의 일부를 고배당으로 평생 연금처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지만, 해당 사업이 허위로 드러나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워너비그룹을 대상으로 폰지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은 유사수신 혐의를 적용해 지난 6월 워너비그룹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중이다.

특이점은 다른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와 같이 교회를 중심으로 투자자 모집이 이뤄졌고,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이들 중 일부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도 회사나 회장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또 피해 사례를 공유하면 글을 삭제하거나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회유하고 있다.

워너비그룹 측은 워너비체인소프트 50억원 투자와 관련해 천지일보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텐엔텐 거래소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사 인수와 관련해 “(내용을) 알려 줄 수 없다”고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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