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담뱃값 인상이 금연정책이라고?” 1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조모 할아버지(82)는 콧방귀를 꼈다.
“아침에 뉴스 봤는데 그거(금연) 하나도 효과 없다고 하더라. 노인들은 돈도 없는데 삶만 더 팍팍해졌어.”
하루에 8개비를 피운다는 조 할아버지는 계속 인상을 찌푸렸다. 담뱃값 인상 이야기를 하니 울화통이 터지나 보다.
“수십 년을 넘게 (담배를) 펴왔는데, 하루아침에 어떻게 끊겠어. 이 사람들(정부) 세금 걷으려고 수 쓰는 거야. 세금 먹는 놈 따로 있고, 내는 놈 따로 있어. 어디 살겠어?” 조 할아버지는 연이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옆에 있던 김모 할아버지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다.
“하루에 한 갑씩 피워. (담배를) 심심하니까 피우지. 나는 연기를 입안에만 머물고 있다가 ‘후’ 하고 내뱉어.”
할아버지는 담뱃값 인상 자체는 그다지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식으로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정부의 두 얼굴에는 화가 나 있었다.
“매일 아침 삼천원씩 세금을 내. 국민건강? 진짜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담배 공사를 없애야 하지.” 할아버지는 ‘쯧쯧’ 하며 혀를 찼다.
“금연이라는 말은 좋지. 근데 노인들은 그게 쉽지 않아. 평생 (담배를) 펴왔는데, (끊으면) 인제 와서 무슨 재미로 살라고. 정부가 노인들 생각도 좀 해줬으면 좋겠어.”
올 초 정부는 담뱃값을 인상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함이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현재 담배 판매량은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에서 ‘금연’은 빠지고 ‘증세’만 남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이 한국담배협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담배판매량은 3억 5000만 갑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월평균 판매량 3억 6200만 갑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담배판매량은 담뱃값 2000원 인상 직후인 올 1월 1억 7000만 갑으로 지난해 12월 3억 9000만 갑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3월에는 2억 4000만 갑, 4월 2억 9000만 갑, 6월 3억 1000만 갑 등으로 매달 증가하고 있다.
현재 담배 한 갑의 가격은 4500원이다.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33원, 개별소비세 594원에 준조세 성격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폐기물부담금 등이 포함되며 세금은 모두 3318원이다. 이는 담뱃값의 73.7%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와 기업만 배를 두둑이 채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는 “지난해 담뱃값을 인상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현재 상황을 예측했다. 국민 건강은 명분이고 세수확보를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가난한 노인들이라며 ‘정부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실제로 흡연 구역에 가면 꽁초를 줍고 다니는 노인들도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4500원이 부담된 탓”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정말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담뱃값을 1만원으로 올리는 등 다른 방법을 사용했어야 한다”며 “서민들의 상황을 고려해 올바른 정책을 사용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