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채와 가계 부채 현황.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다양한 정부정책에도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국정감사장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가계·국가부채에 대한 우려와 질타를 쏟아냈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경제 수장들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질 가계부채 1817조”

14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박근혜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시행에 따른 가계부채 현황 및 정책분석’ 등의 자료를 인용해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중채무자 수는 박근혜정부 초기인 2012년 말 333만명에서 2013년 말 326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4년 337만명, 2015년 3월 341만명 등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들의 부채도 2012년 말 308조 7000억원에서 2015년 3월 338조 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심 의원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늘고 있다”며 “특히 저소득자와 다중채무자의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새정치민주연함 강기정 의원 역시 다중채무자,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다중채무자 현황 및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기준 3개 이상 금융기관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다중 채무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344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용회사별 다중채무자 현황을 보면, 비은행권만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의 대출금액이 2012년에 비해 14조원 늘었다. 은행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는 줄었지만 비은행권 이용자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중채무자들이 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들은 현재 1.5% 최저 금리 시대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은행과 저축은행 금리 차이는 2014년 1월 13.01%. 7월 11.9%로 약간 좁혀졌으나, 올해에는 1월 13.56%, 7월 13.18%로 다시 확대됐다.

또한 지난 6월 기준 60대 이상 고령자 대출자 규모와 대출잔액은 2012년보다 각각 20.2%, 33.8% 증가해 309만명, 227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가처분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비율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0년 11.7%에서 2011년 14.6%, 2012년 12.7%, 2013년 14.8%, 2014년 19.4%로 타 연령층에 비해 증가 속도가 빠르다.

강 의원은 “세계 유례가 없는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고령자 대출은 더 심각해지고 가계부채의 질 또한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효과가 있는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고, 고령자·다중채무자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현재 전·월세 보증금 457조원에 가계부채 1360조원을 더하면 실질 가계부채는 1817조원”이라며 가계부채 총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위협적이긴 하지만 부채 총량과 분포상황, 정부 대응능력 등을 고려하면 당장의 위기 요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가계부채 총량 및 관리 대책을 마련한다는 의원들의 요구에 “처음부터 갚아나간다는 것과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 받게 하겠다는 원칙 아래 대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기재부 국감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가계 부채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한 수준 아니라고 본다”며 “가계나 기업이나 경제 활동을 하다 보면 적정 수준의 부채나 차입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이어 “가계부채를 분석해 보면 빚을 내서 생활비로 쓰는 등 상환 능력이 없을 때 큰 문제인데 (지금은 주택담보대출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은행 이자율도 떨어져 가계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가계 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부채, 3대 정권 중 ‘최고’

국가 채무상태에도 적색불이 켜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올해 말 국가채무 예상액 595조 1000억원,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 520조 5000억원, 올해 2분기 가계부채 1130조원 등 3대 부채액을 감안한 나라빚이 2246조 1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가계부채를 뺀 국가채무(530조 5000억원)와 공공기관 부채(520조5000억원)만 합쳐도 GDP(2014년 기준 1485조원)의 70.7%에 달한다”며 “박근혜정부는 재정파탄 정부”라고 질타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참여정부 말 총 1213조 6000억원을 기록한 3대부채(국가채무·공공기관부채·가계부채)는 이명박정부 말 1900조 3000억원까지 늘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 속도가 빨라져 2015년 현재 2246조 1000억원까지 늘었다는 주장이다. 오 의원은 “그럼에도 정부는 2016년도 예상 국가채무를 645조 2000억원으로 GDP대비 40.1%라고 발표했다”며 “정부 부채 관리 발표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도 “국가채무가 GDP의 40%가 되면 유럽이나 다른 나라도 경고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국가채무가 큰 규모로 늘어가고 있는데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지금은 OECD 국가들이 110%~120%까지 갔기 때문에 우리도 40% 미만 관리하면 좋으나 그런 형편이 아니다”라며 “금융위기 과정에서는 재정건전성 훼손이 불가피하고,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게 다수 경제전문가의 충고”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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