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연설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2023.10.20.
대국민연설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2023.10.20.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스라엘에서 돌아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스라엘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한 예산을 의회에 촉구했다.

1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8시간 동안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 귀국해 이날 저녁 곧바로 대국민 연설에 나서 미 의회에 이스라엘을 위한 추가 자금을 승인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위한 안보지원 규모는 우선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600억 달러, 긴급한 인도적 지원 100억 달러, 국경 안보 140억 달러, 인도·태평양 지역 예산 70억 달러 등 두 나라 모두 지원하는 예산은 1000억 달러(약 135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일(현지시간) 의회에 이스라엘 지원 예산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하원 의장 공백이 이어지는 초유의 상황 속에 새로운 의장을 선출하기 전까지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못할 전망이다.

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여야 모두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는 대체로 뜻을 함께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선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이에 의회가 임시 의장 권한을 확대하더라도 안건이 통과되리란 쉽지 않을 거란 게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안보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 육상전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 안보가 이스라엘과 같은 ‘중요한 파트너’를 지원해야 하며 “이것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 대대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줄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피력했다.

또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예산이 “이스라엘군의 질적 우위를 강화하고 군사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가자지구 북부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선 책임불명의 미사일 폭격이 벌어져 500여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와 이스라엘은 책임소재를 두고 서로를 탓하고 있다.

폭발이 발생한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아비규환의 모습이 펼쳐졌다. 병원뿐 아니라 봉쇄된 채 식량과 전기가 끊긴 채 폭격을 맞고 있는 가자지구는 인도주의 재앙에 처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필요한 음식, 물, 의약품을 제공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화롭게 살길 원하는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텔아비브=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이스라엘 도착 직후 텔이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3.10.18.
[텔아비브=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이스라엘 도착 직후 텔이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3.10.18.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팔 전쟁과 관련해 중동 각국 정상을 만나겠다며 ‘확전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8시간 동안 이스라엘만 방문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가까스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길은 열어 최악의 ‘외교 참사’는 면했지만, 가자지구 병원 사태가 터지면서 ‘반쪽짜리 중동행’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일정 중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가자지구 지원문제를 논의, 인도주의 조치를 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을 실은 트럭 20여대가 식량과 물, 연료가 바닥난 가자지구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이집트에서 가자로 가는 라파 횡단도로를 개방한다는 합의다.

개통 일정을 밝히지 않았으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에 따르면 라파는 도로 보수를 거쳐 수일 내로 개통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정부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서안 지구의 민간인들을 위해 1억 달러(약 135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스라엘과 유엔도 인도주의적 지원의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문 중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집트를 통해 가자 지구 남부에 음식·물·의약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도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갈등 이전 수준인 하루에 100대 트럭 수준으로 가자지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 지원 패키지가 과연 민간인에게까지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우려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실의 마크 네게브 대변인은 “원칙적으론 이집트를 통한 가자지구 지원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마스가 민간인을 위한 지원을 가로채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식수 고갈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고통 가중[칸유니스=신화/뉴시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서 물을 받고 있다. 봉쇄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마실 물과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전기가 없어 정수 시설도 가동하지 못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023.10.19
식수 고갈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고통 가중[칸유니스=신화/뉴시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8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에서 물을 받고 있다. 봉쇄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마실 물과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전기가 없어 정수 시설도 가동하지 못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023.10.19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부상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 바닥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9.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부상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 바닥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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