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증폭
與 지도부 “상황 지켜보겠다”
허은아 “강력한 조치 취해야”
전문가 “太, 국민께 해명해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05.01.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국민의힘이 2일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에 이어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문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당내에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앞서 MBC는 지난 1일 이진복 정무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태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를 보도했다.

해당 녹취에서 태 최고위원은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녹취록의 당사자인 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태 최고위원과 선을 그으며 상황을 지켜보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태 최고위원 본인이 과장했다고, 부풀렸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라면서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태 의원은 즉각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의원직 사퇴까지 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의원은 “여당 지도부를 국민과 나라가 아닌 자신의 공천만 생각하는 집단으로 만들었고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까지 불러온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본인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당은 긴급 윤리위를 소집해 영구 제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허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만약 그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 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것이 아니라 태 의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한 것이라면 태 의원은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불법 개입 여부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MBC의 이 보도 사실인가”라며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고 말했다.

그는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 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돈 봉투’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깨끗하고 더 떳떳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께서 신뢰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사안이 간단하지 않은 만큼 태 최고위원의 빠른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녹취 내용은) 대통령실에서 내년 총선을 기획한 것처럼 얘기한 게 아닌가”라며 “사실이어도 거짓말이어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사안이 간단하지 않은 만큼 본인이 국민 앞에서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것이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현안 관련 브리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3.05.02. (출처: 뉴시스)
이진복 정무수석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현안 관련 브리핑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3.05.02.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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