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광수 KAIST 자문위원

삼성·LG·현대서 40년 근무
개발·기획·영업 총망라 경험
경영 기본 ‘기술·품질·시장’
고객에 감동 줘 판로 뚫기도
“제품 상용화 목표 수립 중요
고정관념 있으면 변화 못해”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자문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40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 등을 거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하는 박 위원의 모습. ⓒ천지일보 2023.04.28.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자문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40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 등을 거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하는 박 위원의 모습. ⓒ천지일보 2023.04.28.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단계, 2단계, 3단계 그리고 그런 단계들이 실패했을 때 진행할 2차 계획까지 미리미리 생각해서 대비해야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제품의 ‘상용화’입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혁신 벤처·스타트업에 10.5조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혀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년들에게 희소식이 된 것은 물론 창업과 성공에 부푼 꿈을 안고 도전에 나서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 등에서 40년간 근무하며 연구개발·생산기술·기획·품질관리·영업·구매 관련 분야를 총망라한 경험을 가진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자문위원은 지난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자문위원은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주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삼성전자를 퇴사한 후 미리넷과 태평양 임원 등을 역임했다.

박 자문위원은 이 같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살려 여러 회사에서 경영컨설팅을 진행하며 회사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도 했다. 박 자문위원의 경영컨설팅을 받은 회사 중 3개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가 됐다.

그는 스타트업에 대해 경영의 기본에 충실하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자문위원이 설명한 경영의 기본은 기술경영, 품질경영, 시장경영이다. 그는 이러한 토대 위에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탄탄한 회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박 자문위원은 회사 구성원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이 머물러 있다면 결코 성장할 수 없으며 성공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박 자문위원은 기업들을 컨설팅하면서 회사 구성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을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음은 스타트업에 대한 박 자문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것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로 기술경영이다. 남들과 차별된 기술이 있어야 남다른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품질경영이다. 만든 물건이 잘 팔리기 위해선 물건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세 번째는 시장경영이다. 시장경영은 쉽게 말하면 물건을 팔 판로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얘기한 기술경영, 품질경영, 시장경영은 경영의 가장 기본 중 기본이다. 이 세 가지 경영이 잘 조화되면 신생 벤처기업은 처음엔 어렵더라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 기술경영이란 무엇인가?

기술경영이라는 것은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등 미래를 내다보고 수요를 예측해서 ‘무엇을 개발하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한 연구를 통해 꾸준히 그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기술만 믿으면서 ‘지금도 뭐 잘 굴러가고 이만큼 되는데 이만하면 됐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회사는 절대 발전할 수 없고 기업가로서 큰 성공도 이룰 수 없다.

- 품질경영은 왜 중요한가?

급격한 시장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 중 하나가 ‘빨리빨리’를 외치며 제품의 품질을 놓치는 경우다.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때 제품이 꾸준히 팔리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품질경영을 잘해서 성공한 한 가지 사례를 든다면 ‘도요타’를 들 수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잔 고장이 없는 자동차로 유명하다. 그 정도로 품질관리에 완벽함을 보여준다. 자동차는 3년~5년을 타고나면 이런저런 잔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도요타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15년을 쓰는데 고장 한 번 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자문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하는 박 위원의 모습. ⓒ천지일보 2023.04.28.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자문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본지와 인터뷰하는 박 위원의 모습. ⓒ천지일보 2023.04.28.

- 시장경영에서 판로는 왜 중요한가?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었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물건을 잘 팔기 위해선 무엇보다 판로가 중요하다. 스타트업에서 처음엔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제품이 나왔다면 그다음엔 판로를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심하게는 회사가 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사람을 통해 다양한 전략을 갖고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지만 물건이 팔 수 있다.

또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판로를 만들기 위해 ‘영어나 일본어 등 어학에 능한 사람을 구하면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접근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내가 물건을 팔 국가를 정했다면 그 나라의 언어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 등 그 국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섭외해 접근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 어떻게 하면 판로를 만들 수 있는가?

내 물건을 사갈 사람, 최종적인 바이어(수입업자), 이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사람이 내 편이 되면 판로는 자동으로 열린다. 특히 감동을 주면 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과거 삼성에 근무했던 나 역시 그랬다. 작은 정성을 주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보는 눈, 그 시각을 바꿀 수 있다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

나는 일본에 바이어를 만나러 가서 영업을 할 때 그 사람의 성격은 물론 모든 것을 파악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무슨 넥타이를 매고 있는지 또 무슨 담배를 피우는지 어떤 술을 좋아하는지 심지어 겨울에 어떤 장갑을 착용하는지, 어떤 셔츠를 입는지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다음에 미팅을 갈 때 고가의 상품이 아니라 저렴한 물건이라도 그 사람의 취향에 딱 맞는 선물을 골라서 갔다. 그런 선물을 한 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매번 선물을 달리했다.

각기 다른 선물을 받으면서 모두 다 자신에 맞는 취향의 선물을 받은 그 바이어는 나에 대한 생각을 점차 달리하기 시작했다. 때때로 내가 가져올 선물을 기대하며 나의 방문을 기다리기도 했다. 이렇게 작지만 지속적인 감동을 통해 그 사람을 점차 내 편으로 만들어갔다.

고객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계약이 성사된다. 물론 제품에 대한 성능이라든가 품질이라든가 이런 건 당연히 따라줘야 한다. 다만 그것만 가지고 영업이 되는 게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이는 물건을 팔 판로를 개척하는 기본자세다.

- 세 가지 경영 외에 중요한 게 또 있다면?

회사가 만들어낸 제품의 ‘상용화’다. 상용화는 어떤 회사가 만든 한 물건이 일상적으로 쓰이게 됐다(소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물건이 ‘상용화가 됐다’는 말은 그 물건을 만든 회사의 세 가지 경영(기술·품질·시장경영)이 완전히 충족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제품의 ‘상용화’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상용화가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즉, 기업이 제품을 만들었어도 상용화하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청년들은 ‘과연 내가 만든 이 물건이 상용화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또한 ‘어떻게 했을 때 내가 만든 제품이 상용화될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제품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상용화를 목표할 때 고려할 요소는 제품만이 아니다. 어떤 바이어를 통해 어떻게 시장을 개척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목표 수립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가진 자본으로 가능한지, 만약 부족하다면 필요한 자본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에 대한 구상도 필수다.

1단계, 2단계, 3단계 그리고 그런 단계들이 실패했을 때 진행할 2차 계획까지 미리미리 생각해서 대비해야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상용화’다. 이를 두고 다양한 전략들을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많은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느낀 것은 ‘기업의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이뤄간다는 것’이다. 컨설팅이라는 게 그 회사의 어떤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것도 있지만 그 회사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변화할 수 없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 변화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한 것을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서도 그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면 성장하기 어렵다. 변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나는 컨설팅을 하면서 ‘회사가 더 좋은 성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상당히 큰 보람을 느낀다. 이는 내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져 행동이 변화하고 그래서 더 좋은 결과물을 이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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