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노인생애체험센터장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체험복을 입고, 노인이 된 이후의 일상을 체험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르포|‘노인생애체험’ 현장

모래주머니·등보호대 등
특수제작 장비 온몸 착용
‘쇳덩이’같은 1.5L 물병
어르신의 심정 절로 이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안경을 끼자 눈앞이 뿌옜다. 마치 불투명 유리가 눈앞에 있는 느낌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백내장 증상입니다.” 안내원은 말했다.

또 다른 안경을 끼자 이번엔 양옆의 시야가 좁아졌다. 조그만 구멍으로 푸르스름한 색만 보였다. “녹내장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시야가 좁아지다 결국 실명이 됩니다.” 안내원의 설명을 듣자 그제야 노인성 안질환이라 불리는 녹내장이 이해가 됐다.

18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노인생애체험센터. 이곳은 노인을 이해해보는 체험의 장이자 향후 맞이하게 될 노년의 시대를 알아보는 곳이었다.

▲ 신발을 갈아 신으려고 했으나 딱딱한 등보호대를 착용한 탓에 허리를 굽히는 게 쉽지 않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노인이 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장비를 온몸에 착용했다. 손목과 발목에는 근력 저하를 위해 모래주머니를 찼다. 딱딱한 등 보호대와 팔 보호대, 다리 보호대도 착용했다. 특수 제작된 안경도 썼다. 그 순간 내 몸은 80세 노인이 됐다. 손가락 움직이는 것도, 한걸음 걷는 것도 내 뜻대로 하지 못했다. 온 몸의 마디마디는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

80세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집. 평소 생활에서 불편한 건 없을까. 현관·주방·거실 등에서 체험해봤다. “글자가 안 보여요” “너무 답답해요” “팔이 너무 무거워요” 체험자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직접 1.5L 생수통을 냉장고에서 꺼내봤다. 이상하게 생수통이 ‘쇳덩이’같이 무거웠다. 결국 생수통을 다시 내려놓았다. 반면 500ml 생수통은 들기가 훨씬 수월했다. ‘어르신들은 가벼운 생수통과 용기를 사용하셔야 하는구나.’ 어르신들의 마음이 저절로 이해가 갔다.

집 안에 있는 계단도 내려가 봤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조심스레 한 계단씩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5계단쯤 내려갔을 때 다리를 삐끗할 뻔했다. 벽에 붙어 있는 손잡이 덕분에 다행히 구르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계단을 내려갈 때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무서웠다”며 “지하철에서 어르신들 옆 손잡이를 잡고 내려가시는 게 이해가 됐다”고 전했다. 모두 노인의 몸이 되고 나서야 노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18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노인생애체험센터장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체험복을 입고, 노인이 된 이후의 일상을 체험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윤지영(22,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씨는 “2년 동안 이론수업을 많이 받았다. 실제 체험은 처음”이라며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아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많은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현(22)씨도 “사진으로 수업받을 땐 ‘이런 게 있구나’ 했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진짜 (체험수업이) 필요하구나’하고 느꼈다”고 전했다.

보건업계에서 근무하는 한 참가자는 “어르신들이 행동에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오늘 직접 체험해 보니 내가 더 답답하다”며 “어르신들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 든 만큼 시민들이 노인생애체험에 더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연합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불린다. 한국은 2000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심순자 노인생애체험센터장은 “갈수록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체험은 어르신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은 물론 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며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온 국민이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학교, 시설 등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이 더 확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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