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전통시계의 강자 스위스 시계업체 스와치가 스마트워치 경쟁에 합류한다. 그간 스마트워치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왔지만 ‘애플워치’ 출시로 위기를 인지하면서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각) 스위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닉 하이예크 스와치 최고경영자(CEO)는 “근거리무선통신(NFC)칩을 탑재한 제품을 두 달 이내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하이예크 CEO는 공식적으로 ‘스마트워치는 차세대 혁명이 아니다. 스마트워치 화면은 너무 작고, 전지는 약하며 디자인도 우아하지 않다’는 등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이런 스위스 시계업체들의 대응에 스와치 공동발명가인 엘마 모크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수년간 스마트워치를 그저 하나의 장치일 뿐이라며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스위스시계 산업계의 오만함을 봐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애플은 애플워치가 성공하지 못하더라고 죽지 않겠지만 스위스 시계산업 일부는 향후 2~3년 내에 심각하게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이어졌다. 엑산 BNP파리바스의 루카 솔카 애널리스트는 “스마트워치 공세로 스와치그룹의 기본형 브랜드(플라스틱 시계) 매출 10%, 티쏘, 미도 등 브랜드가 속한 중간 가격대 시장 매출 5%를 잠식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올해 스와치그룹의 예상 총매출 103억스위스프랑(약 11조 5746억원)의 5%가량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 안팎의 이런 우려에 하이예크도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스와치그룹은 NFC를 통한 무선결제와 호텔방문 열기 등의 기술을 플라스틱 시계브랜드부터 고가 브랜드인 오메가에까지 모두 적용하기로 했다. NFC 기술은 작은 칩과 안테나로 구성돼 매일 충전을 안해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결제를 위해 중국의 차이나유니온페이, 은련카드 스위스의 스위스은행, 비자카드 등과 제휴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일반 모델의 경우 100스위스프랑(약 11만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액정패널 조작으로 만보계 등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스와치 터치’ 제품군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모델명 제로원(가칭)은 외부 충격, 심박수 등을 측정해 스마트폰 등 외부 IT기기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고 가격은 135스위스프랑(약 15만원)이다.
하이예크는 “애플의 스마트워치는 매우 훌륭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손목에 맞는 축소된 형태의 휴대전화를 생산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애플워치와 스와치가 시장에서 공존할 수 있고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시장에서 축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