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갑

죽, 이라는 말 속엔
아픈 사람 하나 들어 있다

참 따뜻한 말

죽, 이라는 말 속에는 아픈 사람보다 더 아픈
죽 만드는 또 한 사람 들어 있다

[시평]
죽은 예로부터 가난한 사람이 먹는 음식이었다. 오늘의 흰죽이나 전복죽이 아닌,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으며, 봄들에 돋아난 명아주 등의 먹을 수 있는 들풀이나, 나무껍질을 벗겨 넣고, 자주 조금, 그저 넣었다는 시늉만 할 수 있는 조나 기장 등을 넣어, 푹푹 끓여 고픈 배를 달래며 훌훌 마시던 음식이 죽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죽은 그렇지를 않다. 별식으로 먹는 것이기도 하고, 깊은 병에 든 사람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기 때문에, 기운을 돋아주기 위해 먹기 좋게 만들어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아픈 사람을 위하여 쑤는 죽. 아픈 사람을 위해 죽을 쑤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 마음을 모를 것이다. ‘죽’이라는 말 속에 아픈 사람이 하나 들어 있는 줄을. 그 ‘죽’이라는 말이 얼마나 따뜻한 말인지. 아, 아 아픈 사람을 생각하며 죽을 쑤는 그 사람이 얼마나 마음이 아픈 줄을. 아픈 사람보다 그 마음이 더 아프다는 그 사실을. 아픈 사람을 위해 죽을 쑤어보지 못한 사람은 진정 모를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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