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오늘날 정전협정 이후 6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우리는 세계경제강국 12위권이라고 자랑하지만 남북의 군사력 비교는 심각한 국가존망의 위협 가운데 있다는 것을 냉철히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간단한 남북 군사력을 비교하자면 대칭전력면에서 병력 수 한국군 65만 대 북한군 119만 명으로 약 1:2이다. 사단 수가 남북이 46개 대 88개로 약 1:2 수준이다. 전차는 남한이 2400대와 북한 4200대로 역시 북한이 절대 우세하다. 방사포는 북한이 4800문으로 남한의 200문에 비하여 무려 24대 1의 엄청난 화력으로 무장돼 있다. 잠수함 전력은 남북이 14척 대 84척으로 1:6 수준이다. 전투기도 남한이 460대, 북한이 820대로 초기 공군력 발휘에서 북한이 우세하다. 예비병력도 남북이 320만 명 대 770만 명으로 절대 열세에 있다는 것이 작금의 안보실태이다.
지난 24일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의 미 CBS, NBC와의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핵을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해서도 비대칭전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으며, 수백여 발의 탄도미사일과 화생무기 및 특수전 전력, 사이버전 능력 등 한국군을 상대로 한 절대적인 군사력 우위를 가지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안보적 현실에서 지난 24일 보도가 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재연기’ 소식은 60여 년간의 한미동맹이 성숙하게 발전해온 과정에서 가장 합리적인 동맹의 신뢰를 보여줬다.
일부에서 ‘군사주권’ 운운하며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주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근대국가가 출현한 17세기 중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맹을 통한 공식적인 군사협력은 필수적인 국가전략이다. 그 예로 미소 양극체제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살펴보면 과거 WTO(바르샤바조약기구)를 대항해 조직한 집단군사동맹이다. WTO가 해체됐지만 오히려 가맹국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참가국을 미군사령관이 지휘하고 있다. NATO 참가국에서는 미군 사령관이 지휘하니까 ‘군사주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얘기는 없다. 군사동맹은 그 목적에 충실한 국가 간 이해의 산물로 안보적 기여가 우선인 것이다.
현재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는 미군의 일방적인 작전통제권 행사가 불가하며, 특히 신(新)연합방위체제에서 창설될 미래사령부(Future Command)에서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이 돼 지휘하게 된다.
이번 한미 양국 간 전시 작전통제권 재연기는 한반도의 가장 어려운 안보위협에 대처하는 가장 합리적인 결정으로 한미동맹의 저력을 보여줬다. 더불어 자립적인 국방시대를 열겠다는 한국군의 군사능력 확보는 변함없이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