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구(왼쪽)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각) 저녁 워싱턴 소재 평화연구소에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만찬 행사를 가졌다. 행사에서 한민구 장관과 척 헤이글 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방부)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국과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또 연기하기로 하면서 2015년 전환 추진이 불발됐다. 게다가 ‘시기에 기초한 전환’이 아닌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전환시기는 명시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과 미국은 당초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한미연합사령부는 용산기지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또한 2020년까지 미 2사단 210화력여단도 현재 자리한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잔류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 사령관에 이양됐다가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과 함께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갔다. 전작권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작전수행을 위해 부대를 지휘하는 권한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미국 4성장군인 유엔군사령관이 작전과 지시를 내리면 한국군이 이를 따라야 한다.

또한 전작권은 평시와 전시로 나뉘어 있다. 평시 전작권은 1994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로 전환됐고, 전시 전작권은 그대로 연합사령관에게 남아있는 상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열린 SCM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를 골자로 하는 15개 항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미사일을 포함한 역내 안보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미국군 주도의 연합군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전환하는 것을 대한민국이 제안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및 미국의 보완·지속 능력 제공 ▲국지도발과 전면전 초기 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 구비 및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과 전략자산 제공 및 운영 등 3가지다.

양국은 이 조건에 대해 매년 SCM을 통해 평가한 뒤 양국 통수권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최종 결정한다는 데 합의했다. 우리 군이 제시한 전환 시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킬체인(Kill chan)’ 및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시기인 2020년대 중반이다.

양국 장관은 이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는 한편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작성된 ‘전략동맹 2015’를 대체하는 새로운 전략문서를 내년 10월 제47차 SCM 때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 2007년에도 전작권 전환 시점을 연기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6년 9월 ‘자주국방’을 토대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기본원칙에 합의한 후 2007년 2월 양국 국방장관회담에서 전환일을 2012년 4월 17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 후 전환일이 재검토되기 시작했고, 2010년 6월 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환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2010년에 이어 이번에도 전환이 연기되고 시점까지 명시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전환 시기 없이 추상적인 ‘조건에 기초한 전환’에만 합의함에 따라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는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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