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리공시·요금인하·단말기출고가인하 구체적 언급 없어
긴급회동에 정책 실패 이통·제조사 떠넘긴다는 시각도…
[천지일보=박수란, 이승연 기자] 단통법 관련 정부의 호통에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관련 정부의 호출로 소집된 긴급회동에서 이통·제조사는 각사 별로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단통법 부작용의 대책 마련을 위해 이통 3사와 제조사의 관련자들을 소집해 조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7시에 시작해 2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
정부의 긴급회동을 두고 일각에선 정책 실패를 이통사와 제조사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단통법 시행에 따른 현안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했고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시행과 관련 중소 유통점 상인들의 피해 대책과 관련 각사 별로 너무 입장이 달랐다”면서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각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단통법 핵심 사안이던 ‘분리공시’가 제외된 것에 대한 언급 여부를 묻는 질문엔 “없었다. 단통법 고시개정 관련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성민 SKT 사장은 미래부 장관의 ‘특단의 조치’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남규택 KT 부사장도 “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잘 얘기했다”고 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대책과 관련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면서 “소비자를 위한 대책을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오해와 진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금인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생각해보겠다”며 짧게 답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잘 해결되서 이런 회의 안하는 게 좋겠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충분히 얘기했다. (단통법 문제) 잘 해결돼서 이런 회의 가능한 안 하는 게 좋겠다. 소비자에게 어떤 식으로 후생이 돌아가게 할지 각사가 논의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충분한 얘기를 나눴다”며 “오늘 모임의 주안점은 소비자한테 어떤 식으로 후생이 돌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통·제조사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은 출고가가 얼마고 회사들이 중간에 얼마의 마진을 남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구매가격’이 중요한데 단통법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느끼고 있으니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며 “시간이 짧아 노력 방안에 대한 구체적 얘기는 나눌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를 비롯 이날 회동에 함께한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각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모여서 얘기할 수는 없으니 각자 얘기를 하자고 했다”며 삼성전자도 조만간 이에 대한 방안을 강구, 발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저가 단말기 출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앞으로도 중저가 단말기는 지속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장려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물론 장려금은 제조사가 기여하는 부분이기에 개념적으로는 포함됐다고 생각한다”며 장려금 조정에 대한 여지를 열어뒀다.
이날 예견됐던 출고가 인하나 분리공시제 도입에 관한 얘기는 특별히 언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정부의 출고가 인하요구는) 없었다”며 “출고가가 어떠냐고 묻길래 출고가는 높지 않고,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관세 없는 제품이기에 실제도 논리적으로도 나라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이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겠다. 계속 이해시키겠다”며 기존 출고가 인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계속되는 정부와 정치권의 출고가 인하 요구에 “출고가는 높지 않으며, 출고가 인하가 단통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지속 피력해왔다.
또한 이 사장은 분리공시제 도입과 관련해서 “분리공시제로 이런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아니다”며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단통법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한편 박종석 LG전자 사장은 “장관이 간담회에 대해 말할 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간담회장을 떠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하성민 SKT 사장, 남규택 KT 부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박종석 LG전자 사장 등이 참석했다. 미래부에서는 김용수 정보방송통신정책실장, 김주한 통신정책국장, 손승현 통신정책기획과장, 류제명 통신이용자보호과장 등이 참석했으며 방통위에서는 오남석 이용자정책국장, 장대호 통신시장조사과장 등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