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인·조장 발주처에 대한 처벌 필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올해 적발된 입찰담합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가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 이후 건설업체 간 입찰담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입찰담합 행위를 근절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뭇매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주처는 입찰과정에서 담합 징후를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음에도 정치·제도적 이유 등으로 이를 오히려 조장하거나 묵인해 담합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이 발표한 ‘공공공사 입찰 담합 실태’에 따르면 공공건설공사의 입찰담합 적발(시정명령·과징금 부과) 건수는 올해 한해에만 12건이다. 지난 2011년 3건, 2012년 4건, 2013년 2건 등으로 대폭 증가한 수치다.
또 지난 2002년에서 2012년까지 공정위원회에서 적발한 건수가 67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공공 건설공사의 입찰담합 적발 건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연구위원은 ▲입찰참가자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입찰 참여 기회 방해 ▲과다한 공사비 지출 발생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 방해 ▲건전한 건설 산업의 발전 저해 등을 입찰담합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1976 부터 올해까지 다양한 제도를 개선해왔다. 현재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공공 공사는 모두 9건으로 이들은 입찰담합이 확정됐거나 진행 중이다. 확정 판결됐거나 입찰 참가제한 등 제재가 진행 중인 6건을 포함하면 이들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9369억 원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30년간 입찰담합 행위가 지속돼 왔으며 제도의 개선도 이뤄졌으나 공공 공사의 담합 행위는 계속 발생했다”며 “이 문제가 국가 경제 및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공사 입찰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규제의 실효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건설공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건설업계가 담합 행위는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것을 인식해 입찰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르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입찰담합 근절을 위해선 담합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한 발주처 임 직원에 대한 징계는 물론 민형사상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천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대강 사업, 호남 고속철도 등 최근 1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는 모두 2009~2011년에 집중적으로 발주된 공공 공사”라며 “입찰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최근에서야 공정위 조사로 담합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발주기관이 지자체의 해당 지역 업체 우호적인 발주 관행과 건설업체와의 일정한 협력 관계 등에 의해 입찰담합을 조장하거나 묵인한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4대강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이찬현 선임연구위원은 “발주처가 적기의 입찰추진이나 지역 안배 등을 위해 입찰담합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해당 직원에 대한 제재는 물론 기관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의원회관 2층에서는 박병석·임내현·박수현·김관영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형사 정책연구원이 주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가한 국토부, 공정위 등 관계 당국과 학계 및 업계전문가들은 입찰담합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