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선불교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는 송담스님(용주사 회주)이 대한불교조계종을 탈퇴하겠다는 유시를 지난 19일 발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인천 용화선원 원장이기도한 송담스님이 법회에서 설법을 전하고 있다(왼쪽). 용화선원 전경.(사진출처: 용화선원 홈페이지)

“수행전통이 맞지 않다” 유시 발표… 제적원도 제출 파장
사태수습 ‘전전긍긍’ 자승스님 참회… 용화사 제적원 반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존경받는 송담스님이 조계종 탈종(종단 탈퇴)을 선언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불교계에 따르면 법보선원 이사장 송담스님이 재단법인 법보선원 이사회를 통해 조계종 탈종 이유가 담긴 유시를 19일 발표했다.

송담스님은 유시를 통해 “법보선원의 수행전통과 대한불교조계종의 수행전통이 맞지 않아서 조계종의 승려로써 의무와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탈종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탈종한 이유를 “법보선원과 조계종단의 수행전통이 맞지 않다”고만 적시했다. 다소 의례적인 문투여서 직접적인 탈종 원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송담스님의 탈종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종단 내에서는 탈종 이유가 법인관리법 등록과 용주사 주지선거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난무하고 있어 논란만 확산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송담스님의 행적 또한 드러나지 않고 있어, 사태수습에 나선 조계종 총무원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종단 안팎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송담스님의 탈종 선언과 관련해 총무원 측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지난 19일 송담스님을 찾아 참회의 뜻을 전하고자 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총무원은 해결 방안을 찾고는 있으나 법보선원 측이 뚜렷한 답을 주지 않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자승스님은 이날 법인관리법과 관련해 참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스님, 선거·법인법 관련 참회

법보선원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먼저 법인관리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공문을 보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참회했다. 이어 자승스님이 동행한 부장 스님에게 법인관리법에 대해 설명하도록 했으나, 법보선원 이사들은 충분히 법에 대해 알고 있다며 설명 듣기를 거부했다.

법보선원 관계자는 “법인관리법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했고 논의도 한 상태다. 자승스님에게 다시 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이에 총무원은 더 이상 법인관리법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승스님은 용주사 선거 당시 송담스님의 유시 진위 논란과 문중운영위원회가 주지를 합의해 추천하도록 하라는 뜻을 받들지 못한 데에서도 참회했다.

◆전국선원수좌회, 탈종 막아야 한목소리

전국선원수좌회도 사태수습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17일 선원수좌회 대표 원각·정찬스님 등은 총무원을 방문하고 자승스님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선원수좌회 부의장 선법스님은 “송담스님의 탈종은 종단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 내용과 관련해 총무원은 “수좌 스님들은 ‘후학인 우리 수좌들이 큰스님을 찾아뵙고 참회를 드리겠다. 큰스님께서 한국불교와 종단을 위해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무원장 스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해달라. 무엇보다 참회하는 가운데 큰스님의 구체적인 뜻을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지혜와 마음을 모아 서로 노력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제적원 제출’ 송담스님 탈종수순 밟아

종단 내에서의 이 같은 노력에도 송담스님의 제적원 제출은 막지 못했다. 법보선원 이사장 송담스님을 비롯한 이사회 임원 전원이 지난 19일 오전 재적 본사인 용주사에 제적원을 냈다. 지난 15일 탈종을 공고한 지 나흘만이다.

제적원은 법보선원 감사인 허은강 변호사가 이사회 임원들의 위임장을 받아 대리 접수했다. 송담스님을 비롯해 상임이사 환산스님, 이사 동해·상봉·서봉·성문·성조·인법·일상스님, 감사 인봉스님 등 10명이 제적원에 서명했다.

용주사는 이날 오후 주지 성월스님과 부주지 성무스님이 직접 용화사를 방문해 제적원을 처리하지 않고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월스님은 “법보선원 변호사가 스님들의 제적원을 제출해 일단 받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송담스님은 교구의 어른이자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라는 점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큰스님의 탈종을 만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월스님은 용화사를 방문해 대웅전 불전에 제적원을 봉헌하는 의식으로 반려했다.

◆송담스님은 누구인가

송담스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禪僧, 참선을 수행하는 승려)으로 선불교의 법맥을 잇는 대선사다. 석가의 78대 제자로, 인도 마하가섭으로부터 중국을 거쳐 한국의 경허(75대)-만공(76대)-전강(77대)-송담(78대)으로 이어지는 정통의 세계적 선불교 법맥을 잇고 있다.

평생을 은둔 수행하며 수행의 모범을 보여 불교 수행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며 10년 묵언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해 일명 묵언 선사로도 불린다.

조계종 종정(종단 최고 어른)을 맡고 있는 진제스님과 함께 ‘남진제 북송담’으로 불리는 한국 선불교의 큰 어른이다. 현재 용주사의 회주(사찰 최고 어른)를 맡고 있으며 말사 격인 인천 용화선원의 원장도 겸하고 있다.

인천에 이어 강원 인제, 경기 광주 용화선원을 잇달아 창건하며 수행의 대중화에 앞장 서왔으며 재단법인 법보선원을 설립해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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