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국가(IS)의 라카 미디어 센터가 공개한 사진으로 시리아 라카에서 탱크에 올라탄 IS 전사들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
옛 이슬람제국 재현한
‘칼리프 국가’ 건설이 목표

알카에다도 잔혹성 비난
“IS, 살인·파괴 기계들”
미국, IS와 전쟁 선포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9.11 테러 등으로 악명이 높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조차 그 잔혹성을 비난하며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슬람국가(IS)’다. IS가 이달 초 미국인 기자를 공개 참수하자 알카에다는 “살인과 파괴 기계들”이라며 IS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미국 정부는 IS에 대해 알카에다보다 더 잔인하고 과격하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 격퇴’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동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동맹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IS를 격퇴시키는 것이 말처럼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IS는 오히려 미국의 전면전 선포 사흘 만에 세 번째 인질인 영국인 구호요원을 참수하고 네 번째 인질 참수를 예고했다. IS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고 전 세계에서 IS에 동참하려는 지하디스트(성전 전사)는 계속 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다른 무장단체와 다른 점은 스스로 ‘국가’라고 칭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일부 땅을 점령한 뒤 그곳을 자치하며 나름 국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잔인할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단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자본도 풍족해, 미국이 말 그대로 ‘격퇴’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알카에다, IS의 잔혹성 맹비난

알카에다의 창립자 오사마 빈 라덴의 오른팔로 불리던 아부 카타다는 IS가 지난 2일(현지시각) 두 번째 인질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하자 IS를 향해 “지옥 불구덩이의 개(dogs of hellfire)” “살인과 파괴 기계들”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이미 지난 2월 IS의 잔혹성 때문에 IS가 알카에다 조직이 아니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한때 IS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로 불린 적이 있다. IS의 역사는 2003년경 ‘유일신과 성전(JTJ; Jama'at al-Tawhid wal-Jihad)’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이 단체는 2004년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 씨를 피랍해 참수하고 동영상을 공개했었다. 이후 수장과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 Islamic State of Iraq)’ 때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로 불렸다.

2013년부터 국제사회에 악명을 높이면서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또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라는 이름을 써오다 2014년 6월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로 명명하고 ‘칼리프 국가’를 선포했다. 국내 언론은 IS를 주로 쓰지만, 외신은 ISIS나 ISIL도 혼용한다.

◆제정일치 ‘칼리프 국가’ 수립이 목표

IS가 세우려는 칼리프 국가의 ‘칼리프(Caliph)’는 예전 이슬람 세계를 통치하던 제정일치의 군주를 말한다.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3)는 스스로 칼리프를 자처하고 “칼리프의 권능이 확대되고 그의 군대가 도착하면 모든 제후, 국가, 조직, 단체는 무효가 된다”며 모든 이슬람권 국가에 복종을 명령했다. 이 때문에 수니파와 대립하고 있는 시아파는 물론이고 칼리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이슬람권 국가들도 많다. 알카에다도 이달 초 IS의 칼리프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카에다와 IS의 공통점은 둘 다 칼리프제의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꿈꾼다는 것이다. 알카에다가 미군 추출과 반(反)이슬람 세력의 궤멸 이후 나라를 세우려 했다면, IS는 국가를 먼저 선포하고 나름 국가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IS는 오사마 빈 라덴의 꿈을 실현해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시리아 북서부와 이라크 모술 지방 일대를 점령한 IS는 시리아의 ‘라카’를 주도로 삼고 지역민을 통치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의 이베리아·발칸반도와 러시아의 코카서스 지방, 북아프리카, 인도 전역,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까지 옛 이슬람제국의 영토를 회복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 그에 따라 7월 초 이슬람교를 탄압하는 나라로 이란,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언급하고 성전(聖戰, 지하드)을 선포했다. 또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경고영상을 송출하고 신장위구르 무슬림을 탄압하는 중국에도 선전포고를 했다.

◆잔혹한 통치로 악명 높아지는 IS

이슬람권이라고 모두 IS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시아파인 이란은 수니파인 IS와 대립하고 있으며 IS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앙숙이었던 미국과도 협력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민병대(시아파)도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IS와 맞섰으며, 이라크 북부의 소수민족 쿠르드족의 자치군대 ‘페쉬메르가’는 서방의 지원을 받으며 IS와 교전 중이다. 시리아·이라크 정부뿐 아니라 터키나 시리아 온건 반군도 IS와 대립하고 있다.

IS의 가장 큰 특징은 잔인한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자신들의 힘을 SNS 등을 통해 과시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통치하는 지역의 소수민족이나 비이슬람교도들은 잔인하게 학살당하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28일에는 IS에 붙잡힌 시리아 정부군 포로 150여 명과 250여 명을 잔혹하게 사살하는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달 19일에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이달 2일에는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 13일에는 구호요원이던 영국인 인질 데이비드 헤인즈를 잔인하게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IS의 ‘공포 선전’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여,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한편, 이 같은 유명세를 토대로 서방이나 아시아 출신의 지하디스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이들 지하디스트가 IS에서 테러 훈련을 받은 후 본국으로 귀환해 자국 내에서 테러를 벌일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7일 미국 국가테러센터(NCC)의 매트 올슨 국장은 IS가 석유 불법 거래, 밀거래, 절도, 인질 몸값 등을 통해 하루 100만 달러(10억 원)를 수입으로 벌어들인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IS와의 전쟁이 수년간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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