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당국에 티베트의 자유를 요구하며 몸을 불태운 티베트인이 지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30여 명이 넘는다. 튀니지 노점상의 분신으로 중동에서는 ‘아랍의 봄’이 촉발됐다. 하지만 6년째 티베트인의 분신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국과 티베트의 상황은 ‘제자리걸음’이다. 티베트인의 반중운동의 핵심은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귀환 등 종교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고 볼 수 있다. 본지는 티베트인이 처한 현 상황을 조명하고 이들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 게쉐 하람빠 땐진남카 합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 게쉐 하람빠 땐진남카 합장

“독립은 원하지도 않아… 종교와 문화의 자유를 달라는 것”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위 구성, 울산서 ‘100만 서명운동’
“중국의 무분별한 개발… 티베트 주민에게 무익한 정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달라진 게 없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하는 말은 똑같습니다. 티베트는 독립을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다만 종교와 언어 등 문화의 자유를 원할 뿐입니다. 중국이 티베트인을 국민이라고 생각한다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총부리를 들이댈 게 아니라 지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티베트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픕니다.”

티베트하우스 코리아 원장 게쉐 하람빠 땐진 남카스님의 한숨 섞인 호소이다. 스님이 한국 땅에 발을 들인 지 벌써 10년. 남카스님은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 이 긴 시간 동안 티베트 불교를 전파하고 티베트가 처한 상황과 티베트인들의 짓밟힌 인권에 대해 알리며 관심을 요구했다.

그를 랍숨 섀둡링 강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동윤빌딩 사원에서 최근 만났다. 지난해 1월 본지가 인터뷰를 진행한 지 1년 8개월 만이었다.

◆한국불교계,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

당시 남카스님은 티베트인들의 연이은 분신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고, 올해 한국 불교계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7월에는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달 14일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위원회는 울산 남구 종합체육관에서 금강스님과 월호스님 및 울산불교종단연합회 회장 덕진스님, BBS울산불교방송 사장 오심스님, 해남사 주지 만초스님 등과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 울산지역 선포식과 법회’를 봉행하고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남카스님은 바쁜 활동으로 살이 빠져보였다. 이날도 스님은 사원 계약 문제로 은행업무를 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오후 2시 강의를 20여 분 남겨두고서야 겨우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내내 강의가 예정돼 있었다.

티베트 불교를 수학하려는 불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스님은 람림, 뒤다, 입중론, 입보리행론, 구사론 등 과목을 개설하고 지난 13일부터 본격적인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바쁘지만 매우 활기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일치하면 행복해져”

“한국에 존자님(달라이 라마)을 초청 하는 게 아직은 늦지 않았어요. 연세가 한국식으로 80이지만, 아직은 건강하시니까 오실 수 있으십니다. 하루빨리 한국에 오셔서 한국불자들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카스님은 달라이 라마 방한에 거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 국민이 30~40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모든 한국 국민이 행복해하지는 않는 것 같다”라며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카스님은 “종교를 갖고 있든 갖고 있지 않든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며 행복을 위해서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존자님은 일상 속에서도 도덕성, 사회성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갈등을 없애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에서도 이러한 달라이 라마의 활동을 인정해 노벨평화상 등 각종 상을 수여했다고 덧붙였다.

◆中 공안 발포로 티베트인 11명 사망

남카스님은 티베트 현지인들의 생활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 공안이 티베트 주민 시위대에 발포해 사망한 티베트인의 가족에 대한 비보를 들려줬다.

지난달 12일 중국 공안은 쓰촨성 간쯔 티베트족 자치주 스취현 정커향 쉬바촌에서 시위를 진압하며 시민에게 발포했다. 1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스님은 이때 남겨진 가족이었던 여성이 5개월 된 태아를 임신한 채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총살당하고 마을 사람들이 체포되는 등 쑥대밭이 돼 살 터전을 잃은 여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카스님은 “존자님은 티베트인들에게 중국 정부를 향해 시위하지 말라고 했다”며 티베트인들이 시위를 하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더 심한 탄압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고 의도를 이해시켰다. 스님은 “시위를 한다고 총을 쏴서 죽이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60~70년대나 벌어졌던 상황이다”며 “이러한 현실이 오늘날 티베트에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게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티베트 개발로 환경파괴”

스님은 중국의 티베트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도 지적했다. 중국의 무분별한 티베트 벌목 때문에 태풍, 홍수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땅 위의 자원은 물론 지하자원까지도 채굴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칭짱철도를 통해 자원들을 전부 중국 본토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칭하이성 거얼무와 티베트의 수도 라싸를 연결하는 칭짱철도를 2020년까지 인도와 네팔 국경부근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남카스님은 최근에는 중국이 티베트 지역에서 지하수를 채취할 수 있는 곳을 2000여 곳이나 발굴해 물을 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비밀리에 티베트 고원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4월 외신들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티베트 유목민 생활고 심각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칭짱철도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티베트인들의 거주와 생활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스님은 “중국은 한족을 티베트에 보낼 계획인데, 티베트인이 600만 명 사는 곳에 2500만 명의 한족을 이동시킨다고 들었다”며 “티베트인들을 흩어지게 해서 티베트를 사라지게 하려는 것이다. 그 계획 중 일부가 바로 철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 티베트 스님은 현지에서 티베트인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칭짱철도 개발로 수많은 관광객이 티베트를 찾지만 중국 측이 티베트인과 여행객의 접촉을 막기 위해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사업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지 사정이 여행객을 통해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되기에 여행객이 가는 티베트의 주요 사무실이나 식당, 가게 등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경찰이거나 한족입니다. 또 티베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대도시에는 거의 없고 가장자리에 있는 티베트의 작은 마을 주민들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티베트 인권상황보고서에는 중국 내 티베트 족 집단 거주 지역에 한족 상인이 몰려와 지역 상권을 장악하면서 상당수 유목민이 극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티베트 문제 해결자 ‘달라이 라마’

스님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바로 달라이 라마라고 강조했다. 그는 “티베트 문제를 해결할 분은 존자님이신데, 중국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니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모델로 지난 2007년 국제 동물 보호단체들의 비난을 불식시켰던 사례를 들었다. 티베트인들은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호랑이 등 동물 가죽을 통째로 의복으로 만들어 입는 관습이 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며 달라이 라마에게 항의했고,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인들의 가죽 옷 착용을 금지시켰다.

그는 “가죽을 금한다는 말이 나오고 단 일주일 만에 모든 가죽 옷들이 수거됐고, 한국 돈으로 한 벌에 2000여만 원에 달하는 가죽들도 전부 소각됐다. 이처럼 놀라운 영향력을 가진 존자님이 모든 문제의 해결의 열쇠이다”라고 강조했다.

 ◆ 게쉐 하람빠 땐진남카 합장은?

- 현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
- 현 동국대 티벳장경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2008년 티베트하우스 코리아 개원
- 2002년 간덴사원의 교수로 임명
- 2000년 거쉐 하람빠 취득
- 1976년 남인도 티베트 사원 간덴으로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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