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 장기화되는 국회 공전을 걱정해 쏟아낸 말이 국회가 ‘개판 5분 전’의 모습이라는 말이다. 오는 19일부터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데, 이 기간만큼이라도 국회의 본 모습을 보여야지, 잔칫집에 손님을 불러 놓고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가 입씨름을 하고 샅바싸움을 하며 장외에서 진을 치는 모습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국민에게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말은 이해가 간다. 오죽 답답했으면 ‘개판 5분 전’이라는 말까지 했을까.

그간 정치권이 보인 행태에서 국민이 보기에 따라 개판(?) 같은 모습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느냐마는 여당 최고위원의 말은 솔직하다. 그의 발언대로 정기국회 시즌이니 만큼 여야 지도부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소속 국회의원을 잘 리더해서 ‘국민의 국회’로 거듭나도록 해야 하겠다. 하지만 정치의 한 축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내홍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이 말도 허공 속의 메아리로 울려나고 어쩌면 아시안게임이 끝나도 개판 5분 전의 모습은 여전할 것으로 우려된다.

작금(昨今)의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마당에 대한씨름협회 회장이 정치권을 향해 ‘뼈 있는 말’로 쓴 소리를 했다. 지난 12일 대한씨름협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포럼 행사장에서 박승한 회장이 “국회의원들이 입씨름을 할 게 아니라 (진짜) 씨름을 하면 협회가 심판을 봐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축사를 하기 위해 행사장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반응이 세인들의 입에 올랐다.

김무성 대표가 정색을 하고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씨름인 여러분들한테 조롱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참 기가 막힌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의 말이 공식석상에서 다소 지나치기는 했지만 ‘더 잘 하겠다’면서 웃어넘겨도 될 일에 발끈해서 대응한 점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자 차기 여당 대선 후보감 1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의 노련미가 2% 부족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을 뼈저리게 느끼고 참 정치를 구현해 나가는 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다. 혹 권위에 빠져 자만이 넘치는 게 아닌가 하고 국민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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