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朴) 씨 성을 가진 두 여성 지도자의 고민이 깊다. 박근혜 대통령은 ‘행복 대한민국호(號)’의 새 닻을 올리고서 1년여 기간 동안 시운전 끝에 본격적으로 가동할 무렵에 예기치 못한 ‘세월호 참사’를 만나 그 수습에 세월을 보내고 있고, 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대표권한대행도 마찬가지다. 뜻밖의 조난을 만나 ‘제1야당호’ 임시키를 쥐고 있는 박 권한대행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작 초기부터 승무원들의 제동과 일부 승객들의 거센 항의에 휘둘리고 있다.
의회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현안이 있을 적마다 여야가 대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거리를 두었던 행적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했다. 그는 1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느냐를 자문해 봐야 할 때”라는 말로 정치권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고 보니 답답함의 표현일 뿐이다.
당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새정치연합 박영선 권한대행이 소신대로 여당 원내대표와 세월호특별법에 관해 합의한 사항이 당내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지 못했다. 야당의원들은 기존의 여야 합의안이 “유가족과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인데, 박 권한대행이 최선이라 여겼던 합의가 파기 재협상돼야 할 입장에 놓였다. 이로 인해 여당과의 협상에 진통이 따를 것은 뻔하고, 향후 당 혁신 보폭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가 언제나 상대성이니만큼 정부와 제1야당의 책무를 지고 있는 두 여성 지도자는 정치력으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진정성으로 국회를 대하고, 여야 대표 회동을 통해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야 하며, 또 박영선 권한대행은 소속 의원들과 세월호 유가족 및 국민의 의사를 잘 수렴해 정의로운 행보를 보여야 한다. 정치적·경제적 현실이 어려운 이때, 두 여성 정치지도자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매우 크다. 자신의 권한에 자만하는 일 없이 상대를 존중하면서 국민행복을 위한 섬세하고 넉넉하며 아름다운 정치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