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차군단 독일이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이스타지우 마라카낭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결승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우승을 차지한 독일 선수단이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선수 몸에 센서 달아 동작 분석 프로그램, 상대팀 전력 정밀 분석
‘펠레의 저주-개최대륙 우승-3위팀 이긴 팀이 우승’ 징크스 다 날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전차군단’ 독일의 과학축구가 3가지 저주에 가까운 징크스를 모두 무너뜨리고 통산 4회 월드컵 우승에 올랐다.

독일은 14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펼쳐진 아르헨티나와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에 터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독일은 남미에서 열린 5번의 월드컵에서 최초로 우승한 유럽국가가 됐다. 독일이 유럽 환경과는 전혀 다른 남미 대륙에서 징크스까지 물리치고 우승하게 되자, 그 근간이 된 독일의 과학축구에 세계축구가 주목하고 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요인이 됐던 ‘패싱축구’가 한동안 세계축구계의 대세가 됐던 것처럼 이제는 독일의 과학축구가 세계축구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그럼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과학축구는 무엇일까. 독일은 2002년부터 2010년 남아공대회까지 3회 연속 4강에 올랐을 정도로 어느 팀과 비교해도 전력이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좋고 꾸준하다. 하지만 독일은 이런 좋은 조건만 믿지 않고 철저한 과학 축구로 승부했다.

독일은 SAP와의 협력을 통해 지난해 SAP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s)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훈련 중인 선수들의 무릎과 어깨에 4개의 센서를 부착해 순간속도, 심박수, 슈팅 동작, 방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특히 골키퍼는 양 손에도 부착해 총 6개의 센서를 사용했다. 이같이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독일의 코치진이 다양한 전술을 구상하게끔 만들어줬다.

여기에 독일은 상대팀의 전력을 해부하듯 정밀 분석하는 정보력을 더해 맞춤형 전술을 과학적으로 구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과학축구였던 것.

그럼 당초 독일의 발목을 잡을 뻔했던 징크스는 무엇이었을까. 먼저는 미신과도 같은 펠레의 저주였다. 펠레의 저주란 펠레가 칭찬을 하거나 우승후보로 지목하는 팀은 절대 우승을 못하거나 심지어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는 저주다.

이는 40년 넘게 유지됐을 정도로 가장 강력한 징크스였다. 월드컵 출전을 앞둔 팀들이 오죽했으면 펠레가 자신의 팀을 제발 지목해 주지 말길 바랄 정도다. 우리 한국 역시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게 될 당시 펠레가 우승후보로 지목해주자마자 결승진출 실패에 이어 3-4위전에서도 패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선 펠레는 독일, 스페인,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지목했다. 이례적으로 잘 지목하지 않는 자국팀인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꼽았는데 이는 8강 이후 바로 효력이 나타났다. 8강전에서 네이마르가 큰 부상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독일에 1-7 참패, 3-4위전 네덜란드에 0-3 패배로 죽을 쑤고 말았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 역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저주 효력을 당하고 말았다.

유일하게 남은 독일이 결승까지 잘 올라왔지만 정규시간 비기고 연장전 후반까지 득점 없이 진행되자 마지막 순간 효력이 나타나는 건 아닐지 점쳐지기도 했다. 다행히 독일은 연장 후반 8분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로 40년 넘게 지속된 지긋지긋한 펠레의 저주를 날려 보냈다.

나머지 2개의 징크스는 펠레의 저주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징크스였다. 먼저 개최대륙 우승 징크스다.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이 우승한 것은 지난 남아공월드컵 스페인 우승이 유일했다. 9번 중 8번이 적중했고, 특히 남미에서 열린 4번의 월드컵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역시 독일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연속적으로 꺾으면서 보기 좋게 날렸다.

마지막은 3위팀을 이긴 팀이 우승한다는 징크스다. 곧 4강전에서 자신에게 패한 팀이 3위를 하면 우승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징크스는 2라운드부터 토너먼트 방식으로 바뀐 1982년 스페인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대회까지 8번 중 6번이 적중했다. 특히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5번 연속 그대로 적용을 받았다.

1994년 미국대회부터 살펴보면 이탈리아와 승부차기 끝에 우승한 브라질은 앞서 3-4위전에서 스웨덴이 불가리아를 4-0으로 완파하고 3위를 했다. 스웨덴은 4강전에서 브라질에 0-1로 패했다. 이어 1998년에는 3-4위전에서 네덜란드가 크로아티아에 1-2 의외의 패배를 당해 4위로 마쳤는데, 공교롭게도 네덜란드를 승부차기 끝에 어렵게 결승에 오른 브라질이 프랑스에 0-3 완패를 당했다.

2002년에는 독일이 우리 한국을 4강전에서 1-0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는데, 우리가 3-4위전에서 터키에 2-3 패하자 독일도 브라질에 0-2로 졌다. 2006년과 2010년에는 독일이 모두 3위를 차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일을 이기고 결승에 올랐던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을 2-0으로 이기고 결승에 오른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1990년부터 1998년 대회까지 3회 연속 승부차기에서 패해 승부차기 악몽이 있었지만, 독일이 3위를 해준 행운 덕분인지 이를 4번 만에 벗어났다. 2010년에도 스페인에 패한 독일이 우루과이에 3-2 승리를 거뒀고, 스페인은 네덜란드를 상대로 승리해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바 있다.

그간 독일은 두 대회 연속 3위를 하면서 남 좋은 일 해놓고는 정작 2002년 대회 때 우리 한국이 4위를 한 탓(?)에 징크스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스스로 그 징크스를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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