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장 마감 이후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89만 4933주를 4936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기존 10.98%에서 14.98%로 높아지게 된다. 동시에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물산 보통주 747만 6102주를 5352억 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삼성화재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4.79%로 늘었다. 이러한 지분 정리는 사실상 지분 맞교환 형태지만 삼성생명이 삼성 금융계열사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삼성생명이 이들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만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추진한다면 삼성화재, 삼성증권에 대한 지분율을 30%까지 높여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편입시 상장사는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는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카드 지분은 34.41% 갖고 있지만 화재와 증권은 각각 14.98%, 11.1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금융지주로의 전환 구도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생명이 화재와 증권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화재는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생명은 작년부터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6.29%를 매입해 지분율을 34.41%로 올렸다. 지난 4월에는 삼성카드가 소유한 삼성화재 지분 전량(0.63%)을 매입했고, 지난달 이사회에서는 삼성증권, 삼성중공업, 삼성화재로부터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사들이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 3252주) 역시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지분 매입을 마무리하면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율은 19.16%에 이르게 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16일 “이번 결정이 삼성생명에 주는 함의는 금융계열사 내 지분을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또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지분 처분과 같이 의미 없는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하고 금융계열사에 선택 및 집중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은 연구원도 이날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 추가 매입은 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사전 단계로 판단된다”며 “장기적으로는 금융지주 자회사 편입요건 30%에 부족한 지분을 모두 매입해 자회사 편입 조건을 맞출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 더욱 명료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지분 거래에 대해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에 삼성 측이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개정안은 보험사 보유의 유가증권 가치(총자산의 3%)를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 삼성화재는 계열사 가치 3%를 초과하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삼성생명이 주요 계열사 지분을 털어내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