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개신교 하나 되자” vs “절대 반대… 규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제 가톨릭과 개신교가 다른 종교로 불리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교’라는 이름으로 일치되게 불렸으면 좋겠습니다.”
“로마 가톨릭이 부패했기 때문에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켰는데, 천주교와 하나가 돼 신앙직제를 따르겠다는 것은 개신교의 재앙 중 재앙입니다.”
개신교 내에서 천주교를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 차이 때문에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천주교를 대하는 시각이 하늘과 땅 차이다. 천주교인을 같은 형제로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우상숭배자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때문에 오는 8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NCCK 회원 교단들은 서울시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의 활성과 증진을 위한 가칭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한국신앙직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1967년 천주교와 NCCK 등 개신교 진보진영이 교회일치 기도주간을 함께 지키며 교류의 물꼬를 튼 지 47년 만에 맺어진 결실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공동번역성서를 간행하고,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한 운동을 벌이는 등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창립총회는 어떠한 모임보다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총회 내내 마찰은 없었고, 상충되는 의견이 있어도 적절한 대안을 찾아가며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NCCK 김영주 총무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그리스도교’라는 한 이름으로 불렸으면 좋겠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단체는 NCCK의 활동을 결사반대했다. 창립총회가 진행되는 같은 시각 서울대성당 입구 대로에서는 ‘로마 가톨릭&교황 정체 알리기 운동연대-WCC 반대운동연대’ 100여 명이 규탄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 때에도 총회개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과 NCCK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연대 조직위원장 송춘길 목사는 부패한 천주교의 종교개혁을 통해 개신교가 탄생했다며 “한국신앙직제 창립으로 말미암아 주의 몸 된 교회를 사단의 입에 넣어주는 게 됐다”며 “NCCK가 그 앞잡이를 했다”고 맹비난했다.
이 단체는 개신교와 천주교가 전혀 다른 종교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천주교인들을 우상숭배자로 보고 있다. 천주교인들이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교황 무오설, 마리아 부활 승천설, 마리아 종신 처녀설 등을 언급하며 천주교가 반성경적인 신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교황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거룩한 아버지라 칭하고 신처럼 군림하며 신성모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오는 8월 교황이 방한할 때에도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마찰이 예고된다.
